이미지 크게보기 속리산 법주사 매표소

손실비용 지방비로 보전 약속
예상보다 年 5억 더 들자 미뤄
케이블카 용역 결과 뒤 재추진

충북도와 보은군이 속리산국립공원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8월 법주사와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으나 8개월이 넘도록 폐지가 지연된 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11일 도에 따르면 문화재 관람료 폐지에 합의한 뒤 법주사가 관광객에게 받는 4000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게 되면 손실보전금을 지방비로 보전해 주기 위해 실사를 벌인 결과, 예상했던 연간 10억 원보다 50%나 많은 15억 원 규모로 조사되자 폐지 시행을 미루고 있다. 도의회도 “법주사의 문화재 관람료를 도민의 세금으로 대신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지방비 부담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도는 이달 말로 예정된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용역 결과를 지켜본 뒤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이 확보되면 법주사를 사업에 참여시켜 이익을 내 손실보전금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속리산 문화재 관람료 폐지가 실현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더 필요해 관광객들의 불편과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도의 한 관계자는 “침체된 속리산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화재 관람료 폐지가 불가피하다”며 “케이블카 설치 여부에 따라 구체적인 폐지 시기가 결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속리산관광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속리산 관광객이 계속 줄어들면서 법주사 지구 관광산업은 폐업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문화재 관람료 폐지가 관광산업을 되살리는 단비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상혁 보은군수도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되고 케이블카까지 놓이면 속리산 관광은 화려했던 옛 명성을 어느 정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와 군이 지방비를 부담하면서까지 법주사의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추진한 것은 지난 1980년대 연간 250만 명에 달했던 관광객이 계속 줄어들면서 현재는 6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경북 상주시 화북면의 등산로를 이용해 속리산을 등산하면 문화재 관람료가 없어 상주시 쪽으로 관광하는 것을 선호하고 보은군 방향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단체 관광객 30명이 버스에 타고 관광·등산을 할 경우 상주 방향에서 속리산에 오르고 문장대를 거쳐 법주사로 내려오더라도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법주사 방향에서 오르면 12만 원의 입장료가 발생해 보은군의 관광객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충북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의 불만이 많은 문화재 관람료는 폐지해야 한다”며 “문화재 소유자가 마음대로 관람료를 정하도록 규정한 문화재 보호법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에 의신조사가 창건했으며 팔상전(국보 제55호)을 비롯한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18점과 충북도 지정문화재 21점 등 총 39점의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법주사의 한 관계자는 “문화재 관람료는 종단 분담금과 공동예치금 및 사찰·문화재 보수와 경비근무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문화재 유지·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관광객 감소에 대한 대책은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은 =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