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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초유의 조기 대선이 막을 내렸다. 내치와 외치가 동시에 휘둘리고 있는 누란지위(累卵之危) 속에서 제일 관심사는 경제정책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지다. 들여다보면 저성장, 실업사태, 천문학적인 가계부채, 저출산·고령화, 내수 불황,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하나같이 난제밖에 없다. 제대로 단추를 끼우고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이유다.

그 총대는 물론 신임 대통령과 함께 경제사령탑이 메야 한다. 대선 전부터 하마평이 오갔고 숙의와 검증 끝에 컨트롤타워로 누군가 나설 거다. 경제부총리의 책임은 막중하다. 시기도 ‘상징적’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경제체질 전환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를 격랑 속에 몰아넣은 외환위기도 20주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12년 전 펴낸 책에서 제시한 ‘경제부총리론’은 곱씹을 만하다.

“경제부총리는 한국경제라는 큰 숲을 가꾸어 가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경제의 단기적인 흐름이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금융 또는 산업 등 개별 현안에서도 환경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고 그 해결에 역량의 대부분을 쏟아부어야 한다….”

경제부총리의 역할을 간명하게 정리했지만, 그 전이나 이후에 딱히 이에 적임이었다고 떠오르는 이는 없다. 학계 평가도 마찬가지다. 고루한 경제운용 방식에 기대 수출주도형과 유사한 시스템만 추구했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경제운용의 핵심은 개인, 기업이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유인을 주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김종일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진단은 정부 경제운용 시스템의 개혁 필요성 면에서 가슴에 와닿는다. 그 실질적 밑그림을 경제부총리가 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유의미한 접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매끄럽고 유연하게 작동하게끔 해줄 ‘명 조율사’ 역할을 저해할 수 있는 위기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다. 일자리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겠다는 조급증에 사로잡혀 ‘불나방’처럼 뛰어들 가능성이 우선 마음에 걸린다.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747’ 공약, 정부가 주도하고 배치한 선단식(船團式)의 ‘창조경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편승한 과도한 분배 요구와 기대심리, 무분별한 이행 역시 파열음을 낳을 수밖에 없다. 수출이 호조라고 하나, 구조적 경쟁력의 개선보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추종한 부산물이다. 가계소득, 민간소비, 서비스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다. 새 경제사령탑에 당장 성과물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당사자들이 일정과 임면권자의 업적 지상주의에 쫓겨 화려하게 포장해 내놓아서는 더욱 곤란하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기술 환경의 흐름을 포착하고 경제주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활력을 제공하는 한편,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 줘야 한다. 민간의 창의성과 기업의 투자·고용 의지를 북돋고 경제 쇄신의 초석부터 차근차근 놓는 일, 신정부 경제 운용 방향의 제일 원칙이자 ‘AB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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