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국회 의결 없이 설치
인수委 준해 기능·기한 정할듯

19대 대통령선거는 현직 대통령 파면에 따른 보궐선거여서 당선 확정과 동시에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며 차기 대통령은 역대 선거에서와 달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한 채 업무를 봐야 한다. 이런 상황을 보완하고자 보궐선거로 당선되는 대통령도 인수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위헌 논란으로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은 현행법상의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라는 우회로를 이용해 업무 인수인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총 5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 당시에는 총 48일간 활동하며 차기 정부를 준비했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을 인선해 새 내각을 꾸리기 전까지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운영의 임시 사령탑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조직법 4조와 5조,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은 행정자치부 장관과 협의해 이러한 자문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

자문위원회는 인수위 기능을 대신해야 하는 만큼 국정 현안의 인수인계, 정부조직 개편 계획 수립,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 인선 준비 작업 등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통령이 자문위 설치를 결정하게 되면 우선 해당 시행령을 제정하고 그 시행령에 따라 자문위원을 위촉해야 하는 만큼 당선 직후 곧바로 구성되는 인수위와 달리 일정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시행령에는 ①설치 목적·기능 및 성격 ②위원 구성 및 임기 ③존속 기한 ④위원 결격 사유 ⑤회의 소집 및 의결 정족수 등이 규정되며 이를 통해 자문위 활동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현재는 인수위를 대신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 구성의 전례가 없어 자문위 존속기간이나 자문위원의 임기나 자격 등이 어떻게 정해질지 미지수다. 이와 관련, 국회 안행위 관계자는 “자문위원회는 현행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설치하는 만큼 국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며 “다만 여야가 인수위법 의결 검토 과정에서 합의한 사항들이 있어서 그 합의 내용에 근거해 구체적인 기능 및 기한 등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문위원회를 통해 새 내각 구성에 나서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현행법상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무위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신임 국무총리가 국회 임명동의를 받아 임명된 이후에나 새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 야당이 총리 인준을 거부할 경우 차기 정부는 장기간 표류하는 등 국정 공백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 자유한국당의 경우 홍준표 후보가 당선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