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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경쟁심은 오히려 毒…‘터널비전’ 현상

구력 15년인 50대 중반 남성 골퍼다.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지 5년째, 80대 초반으로 ‘싱글’ 진입을 목전에 두었다. 욕심에 유명한 코치를 섭외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실력이 줄어들었다. 오기가 발동해서 유명한 코치란 코치를 모두 섭렵했다. 레슨비로 쏟아부은 돈을 계산하면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는 된다.

가끔 이런 골퍼들이 있다. 주관이 강하고 고집도 세다. 이런 사람은 ‘터널비전(tunnel vision)’이라는 현상에 빠지기 쉽다. 터널비전이란 ‘터널시야’라고도 하는데, 터널 속으로 들어갔을 때 터널 안에서 볼 수 있는 것 외의 것을 볼 수 없는 현상을 뜻한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다. 사람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다룰 수 없기에 문제를 단순화하기 위해 메시지의 일부분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집중한다. 이런 몰입은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주변의 정보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다.

역효과 현상은 양육권 싸움, 파업, 소송, 입찰 경쟁 등 갈등상황이나 경쟁적인 상황에서 자주 발생한다. 갈등이나 경쟁이 치열할 땐 비합리적인 몰입강화가 이뤄진다.

이러한 몰입 상태에 빠지면 상대편의 허물은 크게 보고 자신의 허물은 사소하게 여긴다. 일상생활과는 달리 골프는 오로지 자기와의 싸움이다. 모든 초점은 자신의 행위에 쏠려 있다. 경쟁심이 강한 골퍼들이 터널비전에 빠지면 자기 샷의 약점만 부각된다. 이는 끊임없는 수정에 수정을 낳고 좋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점점 더 망가지게 된다.

대만의 청야니(사진)는 몇 년 전까지 ‘여자 타이거 우즈’라고 일컬어졌다. 2008년 데뷔 이후 27승, 109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그런데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IA클래식 우승 이후 갑자기 무너졌다.

웬만한 남자 골프선수와 마찬가지로 호쾌한 드라이브 샷, 정교한 쇼트게임 능력, 자신만만한 표정, 거침없는 플레이는 온데간데없다. 리더보드에서 이름이 사라진 지 오래다.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세계 여자 골프를 지배할 것이라고 누구도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청야니였다. 세계 1위라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터널비전에 빠진 것이다.

청야니는 “세계랭킹 1위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내 뒤를 쫓는 선수들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언론과 여론을 듣다 보면 미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골프는 상상력이 필요하고 자신만의 전략도 요구된다. 홀마다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다. 홀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충분히 살피고 그것에 맞는 전략을 세워 공략해야만 한다. 어떤 홀에서 공격하고 또 수비해야 할지 예견하고 전술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터널비전에 빠지면 이러한 전술전략을 사용할 수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자신의 약점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집중력을 높이기보다는 자기 샷의 안 좋은 점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샷은 망가지고 자신감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다.

한번 터널에 들어가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자기 성찰’을 원천 봉쇄한다. 경쟁적인 상황에 있을수록 경쟁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를 가져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경쟁이 치열한 각박한 삶 속에서 경쟁적인 상황에만 빠져 있지 말고 주변을 돌아보고 여가를 가질 필요가 있다. 게임에만 몰입하지 말고 동반자들과 함께 푸른 잔디와 홀 주변의 풍광과 푸른 하늘을 만끽하는 여유로운 ‘골프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 오히려 실력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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