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북한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와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그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일반론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북한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와 같은 적절한 조건이 없는 한,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돌출 발언으로만 치부하고 넘길 수는 없다. 기존의 외교 프로토콜과는 전혀 다르지만 나름대로 일관된 ‘거래의 기술’로 봐야 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미 외교·안보팀 합동성명에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표현이 있었고, 27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기존의 ‘최대한의 압박’과는 다른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선 유세 과정에서 김정은과의 ‘햄버거 대화’를 꺼낸 적도 있다.

문제는, 무력 사용 등 최대한의 압박을 일삼다가 대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널뛰기 행태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시작된 1차 북핵 위기는 1994년 10월 제네바 기본합의로 마무리됐으며,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로 야기된 2차 북핵 위기도 2003년 8월 베이징 6자회담과 2005년 9·19 공동성명으로 유야무야된 경험 때문이다. 이런 도발→압박→협상→재도발의 악순환은 북핵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 벌어줬다.

게다가 한국에서도 대선 이후 신정부가 들어서면 대북정책 기조를 대화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의 대북 협상 실패를 되풀이 않으려면 남·북 대화든 미·북 대화든 2가지 조건이 선행 충족돼야 한다. 첫째, 북한의 핵 폐기다. 대화 조건이 핵 동결이나 핵 군축 협상이 돼선 절대로 안 된다. 둘째, 한·미 양국의 철저한 공조다. 한국을 뺀 북·미 대화도, 미국을 배제한 남·북 대화도 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북한의 반미 통일전선전략과 한·미 양국을 이간질하기 위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이용당할 수 있다. 현 정부는 물론 차기 정부도 이 2가지 조건이 관철되도록 트럼프 행정부와 빈틈 없는 협력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