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성용이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카이도시리즈 2017 유진그룹 올포유 전남오픈에서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다. KPGA 제공

‘112전 113기’ 41세 프로골퍼 김성용 ‘인생역전 드라마’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한 것은 가족의 든든한 믿음이었습니다.”

2002년 데뷔했으니 프로골퍼가 된 지 15년, 투어 113번째 대회 출전 만에 감격스러운 첫 승을 거둔 김성용(41)은 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첫 우승의 공(功)을 가족에게 돌렸다. 김성용은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카이도시리즈 2017 유진그룹 올포유 전남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투어의 대표적 ‘늦깎이’인 김성용은 “아버지(김양삼·65)는 나를 위해 헌신하셨다”며 “불의의 교통사고로 지금도 재활치료 중인 아내(정보경·39)는 버팀목이 됐고 두 아이와 함께 희망을 꿈꾸게 했다”고 말했다.

김성용은 초등학교 때 태권도, 고교 시절엔 유도 선수로 활약했다. 아마추어였지만 ‘로 핸디캐퍼’였던 부친이 골프에 푹 빠지면서 자그마한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다. 김성용은 고교 시절 연습장에 놀러 가 한두 번 골프채를 휘둘렀다. 군에서 전역한 뒤 연습장에 갔는데, ‘골프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홀로 연습하다 보니 실력이 늘지 않았다. 부친과는 추구하는 골프 ‘철학’이 달라 도움을 받지 못했다. 2년여를 허송세월하는 아들을 지켜보던 부친은 “함께 프로 테스트에 응시하자”고 제안했고, 먼저 자격증을 획득했다. 아버지의 노력이 자극이 됐다. 김성용은 본격적으로 골프에 입문한 뒤 2년이 지난 2002년 6월 프로가 됐고, 2005년 정회원이 됐다. 그리고 2007년 31세에 정규 투어에 뛰어들었다.

김성용은 9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프로가 된 지 2개월도 채 안 됐을 때였다. 유치원 교사였던 아내는 아들(민서·12)과 딸(민채·10)을 키우면서 남편이 기죽지 않게 늘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 그런 아내가 2014년 운전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골반 뼈가 으스러졌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고, 다행히 지금까지 재활을 거치면서 김성용에게 웃음을 안기고 있다. 김성용은 아내의 투병 때문에 투어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성적이 나빠 어깨가 내려앉은 남편에게 아내의 웃음은 희망이자 삶의 이유다. 김성용이 이번 대회 우승컵을 안고 아내에게 달려가 눈물을 글썽이며 던진 첫 말은 “사랑한다, 고맙다”였다.

김성용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연습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 3월 베트남 전지훈련 도중 무리하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요추가 양쪽 다리의 신경을 건드렸고, 백스윙조차 할 수 없었다. 골프를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이대로 주저앉을 거냐”며 다그쳤고, 김성용은 그해 전반기 시즌을 마치고 허리 시술을 받았다. 김성용은 “재활은 쉽지 않았지만, 힘이 들 때마다 죽음 일보 직전에서 살아남은 아내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며 “시술 후 스윙을 하체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드로 구질’로 바꿨더니 올해 평균 비거리가 304야드를 넘었고 우승까지 차지했다”고 말했다. 김성용은 “그동안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이제야 우승하게 됐다”면서 “내친 김에 2승, 3승을 거둘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