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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뛰어난 후각과 민첩함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을 소화하며, 인간의 영역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생명을 던지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견의 활약상에 대한 가슴 뭉클한 기록이 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었던 1966년 사이공 근처 탄손누트공항 미국 공군 소속의 ‘니모’라는 군견의 활약이 있다. 군견병과 니모는 공항 주변 지역의 순찰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적의 낌새를 발견해 본부에 연락하는 사이에 적이 사격한 총알이 니모의 오른쪽 눈을 관통하고, 군견병은 어깨에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그 순간 중상을 입은 니모는 총격을 가한 적에게 덤벼들었고, 그 틈에 군견병은 조준 사격으로 총격을 가한 적을 사살했다. 이후 증원군이 투입돼 숨어 있던 남은 적을 소탕하는 동안 니모는 눈에 관통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끝까지 쓰러진 군견병을 감싸고 보호했다. 이듬해 현역에서 은퇴한 니모는 군견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상징이 됐으며 1973년 군견 전용묘지에 안장됐다.

우리나라에도 영웅 군견이 있다. 1989년에 북한의 제4 땅굴이 발견돼 국군은 역갱도 작업으로 땅굴을 탐색한 뒤 이듬해 수색 및 소탕작전을 전개했다. 작전에 투입된 네 살짜리 군견 ‘헌트’는 유독가스와 부비트랩을 탐지하고 대원들보다 앞서 땅굴에 들어가는 임무를 맡아 수색작업을 하던 중, 북한이 설치한 부비트랩을 발견하고, 이를 대원들에게 알리려 급히 돌아오다 북한이 수중에 설치한 목함지뢰를 밟아 그 자리에서 산화했다. 헌트는 수색대 10여 명의 목숨을 대신한 것이다. 헌트의 시신이 수습되고 땅굴 앞에 묘와 동상이 세워졌으며, 소위 계급이 추서되고 인헌무공훈장이 수여됐다.

인간의 표상이 되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으나 니모와 헌트가 전해주는 책임감과 신뢰성은 아무리 칭송해도 지나침이 없는 순수함이 서려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