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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도시민의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장소로 동네 공원이 제격이다. 산책로 기능에 더해 최근 미세먼지 피해 확산에 따라 도심 속 공원이 맑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청정 공간으로서의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시민의 힐링 플레이스, 도시의 오아시스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주요 공원의 변신 현장을 매주 1회 찾아가 본다.

- 노원 ‘경춘선숲길공원’

무궁화호 객차 2량도 옮겨와
驛대합실처럼 곳곳에 벤치도

“음산했던 철로변이 확 변했어요!”

27일 지하철 7호선 하계역 4번 출구로 나와 공릉역 방향으로 500m 가량 걸으니 하계지하차도가 보였다. 지하차도 옆에 나있는 보행길로 들어가 경춘선의 공릉동 고가철교이자 하계지하차도 윗부분에 도착했다. 철로 위에 경춘선을 운행하던 무궁화호 객차 2량이 서 있었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곳에 서 있는 객차를 보니 옛날 대학생들이 엠티를 가며 즐겨타던 춘천행 열차의 낭만과 추억이 떠올랐다.

이날 방문한 곳은 서울 노원구 하계동 ‘경춘선숲길공원’ 2단계 구간이다. 경춘선숲길공원은 서울~춘천을 운행하던 경춘선의 폐선부지(광운대역~옛 화랑대역~서울시계)를 활용해 국유지를 공원화한 녹색공간이다. 2012년부터 총 440억 원을 들여 3단계로 나눠 진행 중이다. 지난 2010년 12월까지만 해도 경춘선 열차가 다니던 하계지하차도 일대 공릉동과 하계동은 철로를 따라 설치된 방음벽과 함께 단절된 마을로 여겨졌다.

방음벽 근처는 술 취한 이들의 고성방가로 인근 주민에게 경계대상 지역이었을 정도. 하지만 ‘경춘선’이란 아이템을 활용한 경춘선숲길공원이 들어서면서 일대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경춘선숲길공원이 주는 최고의 가치는 단연 ‘추억’이다. 그 선봉은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철로이다.

산책 나온 주민들이 기찻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철로 아래 돌을 만지작거리며 걷는 모습이 무척 이채로웠다. 철로 오른편으로 기차역 대합실에 있던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벤치도 이색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공원에 있는 나무와 풀도 ‘추억’에 방점을 둔 듯 보였다. 경춘선 열차의 창문 밖으로 갈대와 억새 등 야생초들이 주로 많이 관찰된다. 무궁화호 객차 인근 하계동 방면에는 작은 텃밭 50여 면도 조성돼 있다.

노기섭 기자 mac4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