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우리말의 채집가／백화 만창 그 말들로／대한민국 억척엄마들과 병석의 아버지들／가난한 누이들과 형제들／그들의 눈물과 웃음을／살뜰히 엮은 사람／그게 불과 6년이었나?／하, 그렇게 짧았나!／그럼에도 그 그림자／영영 선연할 듯 드리워져 있네.’

시인 황인숙은 김소진 소설가의 20주기를 추모하는 시에 이렇게 적었다. 1997년 만 34세의 나이로 타계한 김소진 소설가는 등단 이후 6년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 문학사에 남는 수작들을 남겼다.

그의 소설에는 다양한 순우리말이 등장하고 이로 인해 입말 특유의 활달하고 구성진 분위기가 서려 있다. 서울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그가 군 복무 시절에 작가의 꿈을 키우며 ‘우리말 대사전’을 대학노트에 필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소진의 작품세계는 흔히 자신의 가족사, 미아리 산동네 사람들의 애환, 지식인의 자의식을 다룬 이야기 등 세 개의 계열로 분류된다. 가족에 대한 기억은 주로 아버지와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고 있다. ‘쥐잡기’ ‘춘하 돌아오다’ ‘고아떤 뺑덕어멈’ ‘개흘레꾼’ ‘두 장의 사진으로 남은 아버지’ ‘자전거 도둑’ 등이 그런 계열의 작품이다. 그는 계층에 맞는 언어와 생생한 생활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산동네 사람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1995년 전업작가가 되기 전까지 몇 년간 일간지 신문기자로 일했던 김소진은 처세 논리에 순응해가는 지식인의 모습을 비판하는 작품(‘처용단장’ 등)을 쓰기도 했다.

동료 소설가와 결혼해 아들 하나를 뒀던 그는 1997년 불의의 위암 판정을 받은 후 한 달여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김소진을 아꼈던 동료 문학인들은 그의 20주기를 맞아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공원묘원’에서 추모식을 열고 그의 생애와 문학을 기렸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