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고향 월풀 공장 방문
실직위기 노동자에 야유받아

르펜 세비 횡령 혐의 등 관련
EU, 면책특권박탈 절차 착수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5월 7일)에 진출한 중도 정치운동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선거 운동 초기부터 스텝이 꼬이고 있다. 마크롱 후보는 고향인 아미앵 표심 공략에 나섰다가 르펜 후보의 기습 행보에 일격을 당했고, 르펜 후보는 유럽의회의 면책 특권 박탈 절차 착수로 수사 대상이 될 위기에 처했다.

26일 AF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마크롱 후보는 이날 아미앵 상공회의에서 노조 대표들과 만나 미국계 가전기업 월풀 공장 이전에 따른 실업 위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 월풀이 아미앵 공장을 폴란드로 옮기기로 하면서 월풀 공장 노동자 290여 명 등은 내년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마크롱 후보가 노조 대표들과 이 문제를 놓고 면담하는 사이 르펜 후보가 월풀 공장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르펜 후보는 월풀 공장 앞 주차장에서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만나 “모든 사람이 마크롱이 기업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는 노동자의 편이며, 아미앵의 레스토랑이 아니라 여기 주차장에서 노동자들과 있다”고 말했다.

르펜 후보의 깜짝 방문 소식에 마크롱 후보도 일정을 바꿔 월풀 공장을 찾았다. 하지만 월풀 공장 노동자들은 “마크롱 꺼져라” “대통령 마린 르펜” 등을 외치며 냉대했다. 마크롱 후보는 월풀로부터 더 나은 해고 조건을 얻어내고, 공장 인수자를 찾는 데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노동자들의 항의 목소리를 다소 잠재울 수 있었다. 결선 투표 체제에 들어간 뒤 마크롱 후보는 르펜 후보에게 몰리는 모양새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인터랙티브의 ‘결선 투표 선거운동 평가’에서 르펜 후보는 성공적으로 시작했다는 평가가 61%였던 반면 마크롱 후보는 48%에 그쳤다.

하지만 르펜 후보는 유럽의회가 세비 횡령 혐의와 관련해 면책 특권 박탈 절차에 착수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유럽의회는 이날 프랑스 검찰의 르펜 후보 면책 특권 박탈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