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황국성 사장이 한 보육원에서 짜장면을 만들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황국성 사장 제공

‘봉사활동 국민훈장’ 황국성 씨

밥을 먹기 위해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중국집에서 그릇을 닦아야만 했던 아이. 또래 친구들이 “대통령,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동안, 이 아이의 꿈은 배불리 밥 먹는 것이었다.

경북 포항시 남구에서 콩나물 재배 공장을 운영하는 황국성(59) 사장. 어린이에 대한 봉사활동 등으로 국민훈장까지 받은 황 사장의 유년시절은 그야말로 소설 속에서나 봤을 법한 것이었다.

“경북 영덕의 산골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어요. 말 그대로 가난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는 삯바느질, 아버지는 남의 집에서 품을 팔아 근근이 먹고 살았죠.”

2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황 사장은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황 사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4세 어린 나이에 ‘끼니’를 때우기 위해 포항으로 나왔다. “중국집에 들어가면 짜장면과 우동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집을 나온 것이다.

“중국집에 들어가 허드렛일을 하며 숙식을 해결했어요. 월급으로 4000원을 받았어요. 그중에 3970원을 저금했죠. 한 달 용돈이 30원이었던 거예요. 9년을 그렇게 돈을 모아 1982년 결혼하면서 작은 중국집을 하나 냈어요.”

중국집 사장이 된 황 사장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일을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황 사장의 봉사활동도 시작됐다.

“중국집을 개업한 그해 겨울, 지적장애 노인 한 분이 식사하러 오셨어요. 목욕을 안 해 온몸에서 냄새가 진동해 한눈에도 정상인이 아니라는 걸 알겠더군요. 그날부터 할아버지는 매일 우리 가게에 와 우동을 드셨어요. 어느 날은 10원, 또 어느 날은 100원. 시장에서 구걸해 얻은 돈을 들고 와서는 우동을 달라고 하셨죠. 집사람과 제가 ‘우동 할아버지’라는 별칭도 붙여줬죠.”

가게 문을 여는 오전 11시면 할아버지는 어김없이 가게를 찾아와 문 열기를 기다렸다. 손님들이 냄새나는 ‘거렁뱅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갈 때에도 황 사장은 ‘우동 할아버지’에게 식사 제공하는 것을 거르지 않았다.

황 사장은 그렇게 장장 8년간을 ‘우동 할아버지’에게 식사 대접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동 할아버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걱정된 황 사장 부부는 시장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다가 다리를 다쳐 거리에 앉아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그날부터 황 사장은 할아버지 집으로 우동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황 사장의 우동 배달은 7개월 후 할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 막을 내렸다.

이후 황 사장의 봉사활동은 본격화했다. 그때부터 보육원이나 장애시설을 돌며 식사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활동 범위가 커지면서 혼자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황 사장은 뜻이 맞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1998년 ‘한빛 봉사회’라는 봉사단체도 만들었다. 짜장면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매우 좋았다. ‘짜장면 아저씨’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금은 중국집을 접고 콩나물 재배 공장을 운영하는 황 사장은 매월 두 차례 장애인 시설에 짜장면을 제공한다. 매주 목요일에는 도시락을 전달하는 자원봉사를 한다. 부모를 잃은 보육원 어린이들의 후원도 해 주고 있다.

하지만 1년에 1000만 원 가까이 드는 봉사활동 비용을 조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봉사회원들이 매달 내는 회비 5000원으로 자금을 대고 있지만 턱없는 금액이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황 사장은 폐지를 모아 팔고 있다.

“콩나물을 배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주위의 폐지를 모아 팔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아주머니들이 그걸 알고 박스를 모아 줘요. 한 달에 15만 원 정도 나오는데, 모두 봉사활동비에 보태고 있어요.”

30년 넘는 세월을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는 황 사장에게 정부는 지난해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여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