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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주택조정위, 아파트 갈등 해소 ‘도우미’로

누수·층간소음 등 갈등 증가세
공동주택 관련訴 작년 3000건
소송까지 가는‘이웃 분쟁’늘어

정부, 문제해결 위한 기구 설치
올 3월까지 1200건 상담 접수
빠른 조정 · 적은 비용에 만족

‘지난해 10월 울산의 한 아파트 최상층에 사는 김모 씨는 옥상 누수로 벽지와 붙박이장에 곰팡이(사진)가 피었다며 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는 벽지 보수는 가능하다고 한 반면에 붙박이장 곰팡이는 집주인의 환기 책임을 들며 ‘보상 불가’ 입장을 보였다. 누수나 곰팡이 원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었던 김 씨는 고민 끝에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공동주택조정위)를 찾았다. 관리사무소도 제3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괜찮다는 판단을 했다. 공동주택조정위는 사실 조사의 신뢰성을 위해 가구 전문가와 함께 조사한 후 붙박이장 곰팡이 원인은 누수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양측은 결국 붙박이장 외의 부분에 대한 공동주택조정위의 합의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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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일반가구(1911만 가구·2015년 통계청 조사)의 60% 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가운데 관련 분쟁도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련 분쟁, 동대표 선출 및 해임을 둘러싼 입주민 갈등, 공사 용역업체 선정 등을 둘러싼 복잡한 분쟁 등이다.

26일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비와 각종 공동 사용료 등과 관련된 민원은 해가 갈수록 증가해 2016년에 3만5000건을 초과했다. 공동주택 관련 소송만 지난해 기준 3000여 건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관련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당사자 간 해결이 최우선이지만 완전한 해결은 드물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이웃 간 분쟁을 당사자끼리 충분한 협의와 교섭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자칫 갈등 상황이 커지면서 대화와 양보 등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진 것이다.

공동주택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 등 중립적 기구의 도움을 받을 때도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층간 소음이 발생했을 경우 관리사무소를 통해 윗집에 간접적으로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것이 대표적 방법이지만 대부분 근본·실질적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임시방편이거나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제3자 위치의 기구가 해결하지 못하는 분쟁이거나 관리사무소 등이 분쟁 당사자인 경우도 있지만 효율적이지 못했다. 이럴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부서에 행정지도를 요청하거나 입주자 등 10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분쟁의 성격이 아파트 자체의 관리 규약이나 주민투표에 따라 판단해야 할 사항인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지방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돼 있는 곳(3월 말 기준 228개 지방자치단체 중 199개)이 많지만 행정·재정 여건상 분쟁조정위를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 분쟁이 마지막 단계인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 문제가 소송으로 가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송 비용’이 든다. 여기에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평균 6개월이 걸린다. 소송으로 분쟁이 해결됐다고 해도 계속 얼굴을 마주 보며 살아야 하는 이웃이어서 바람직한 해결책이 못 된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며 빠른 해결 장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함께 사는 이웃 간에 앙금이 남지 않도록 서로 타협해 말끔한 해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필요에 의해 정부는 지난해 8월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와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을 설치했다. 운영은 지난 수십 년간 공동주택 분쟁 노하우를 축적한 LH가 맡았다. 공동주택조정위에 분쟁 사안을 의뢰할 경우 △분쟁시간 절약 △적은 비용으로 전문가 판단 △중립적 시각 △조정 결정의 법적 효력 △높은 당사자 간 합의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말 개소 이후 공동주택조정위에 공동주택 관리 관련 갈등과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많은 문의와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미약한 홍보 등을 고려하면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갈등과 분쟁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3월 말까지 총 1200건이 넘는 상담이 접수됐다. 접수된 상담 내용 중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 등 의결기구 관련 220건, 누수 등 하자(공용부분 포함) 280건, 층간소음 관련 문의 268건 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조정위 관계자는 “조정을 받아본 당사자들은 소송 등 다른 해결 방법보다 조정이 빠르고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만족감을 느낀다”며 “조정위의 장점이 알려진다면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이웃 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정’으로 해결하려는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