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트럼프 정책 반박
‘FTA 재조정’움직임에 우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거세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조정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대(對) 한국 무역적자가 한·미 FTA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미 FTA 재조정을 비롯한 트럼프의 보호주의적 통상 정책에 대해 계속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25일 경제계에 따르면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제프리 스콧 연구원은 3월 말 ‘한·미 FTA에 ‘앙코르’가 있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확대된 데는 간단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한국 시장의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며 무역적자 확대 원인이 한·미 FTA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스콧 연구원은 “한·미 FTA를 협상한 2007년과 발효된 2012년 사이에는 공백이 있었고, 그 사이에 한국은 다른 많은 국가와 활발히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며 “이 결과로 한국 시장에서 미국이 FTA를 통해 차지할 수 있는 우위가 줄어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무역적자 확대를 무작정 한·미 FTA 탓으로 돌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것이다.

한·미 FTA 재조정 시도를 비롯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통상 정책에 대해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우려는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9일에는 같은 연구소의 개리 후프바우어와 캐슬린 시모노 아이작 연구원은 ‘미국 물건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걱정스러운 슬로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전반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보고서는 “높은 관세 장벽과 낮은 무역 적자는 관계가 없으며, 보호주의와 낮은 실업률 역시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보호주의가 특정 산업군에 이득을 준다면, 그 이득은 경제 전체에 높은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혜선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연구원은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많은 요소를 외면하고, 교역 확대를 위해 체결한 FTA를 무역 적자에 연결해 평가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적자의 원인을 전부 FTA로 돌리는 것은 산업경쟁력 등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