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진규(왼쪽 두번째)가 26일 오전(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 그룹 A 헝가리와의 3차전에서 역습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제공

- 男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서 승승장구 왜

헝가리에 3-1… 1위 질주
남은 2경기서 1승만 거두면
세계 최강 1부 리그로 승격

NHL출신 백지선 감독 영입
외국인선수 7명 귀화도 한몫

선수들 물통 직접 채워주는
정몽원협회장 전폭지원 큰 힘

아이스하키 남자대표팀이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 그룹 A(2부 리그)에서 3연승을 달렸다. 대표팀은 남은 2경기에서 1승을 보태면 월드챔피언십(1부 리그)으로 승격할 수 있다. 한국아이스하키가 거둔 믿기지 않는 성과는 4년에 걸친 투자가 밑거름이다.

대표팀은 26일 오전(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헝가리와의 3차전에서 3-1로 역전승했다. 1차전에서 폴란드를 4-2로, 2차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카자흐스탄을 5-2로 제압했던 대표팀은 헝가리까지 꺾으며 승점 9를 확보, 중간 순위 1위를 굳게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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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엔 세계랭킹 23위인 한국과 카자흐스탄(16위), 오스트리아(17위), 헝가리(19위), 폴란드(20위), 우크라이나(22위) 등 6개국이 출전해 풀리그로 경쟁하며 1, 2위는 월드챔피언십으로 승격한다.

대표팀은 지난해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2승, 1연장패, 2패)을 뛰어넘었다. 28일 오스트리아, 29일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승점 2를 추가하면 최소 2위를 확보할 수 있다.

0-1로 뒤진 2피리어드에서 김기성(안양 한라)이 이번 대회 3번째 골을 넣어 균형을 맞춘 대표팀은 3피리어드에서 신상훈-상우(이상 안양 한라) 형제가 릴레이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했다. 골리 맷 달튼(안양 한라)은 23개의 슈팅 중 22개를 막아내며 또다시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눈부신 성장은 지난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에 취임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회장은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포진한 안양 한라의 구단주이다. 대표팀 24명 중 14명이 안양 한라 소속이다.

정 회장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했다. 2014년 7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출신인 백지선(사진) 감독을 영입했고, 뒤이어 역시 NHL 출신인 박용수 코치를 불러들였다. 2013년 브락 라던스키(안양 한라)를 시작으로 올해 4월 알렉스 플란트(안양 한라)까지 외국인 선수 7명을 귀화시켜 대표팀 전력을 강화했다. 정 회장은 그리고 IIHF를 설득,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개최국 자동출전권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정 회장은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대부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한다. 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정 회장은 한국팀 벤치 옆에 앉아 경기 전 선수들과 일일이 손이나 주먹을 부딪치며 힘을 불어넣는다”고 귀띔했다. 정 회장은 선수들이 사용하는 물통이 비면 이를 직접 채우는 등 선수들에 지극 정성을 다하고 있다.

백 감독은 지난해 7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이사했다. 이전에는 한국과 가족이 사는 미국을 오가며 지냈다. 이번 시즌부터 대표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또 18세, 20세 대표팀 업무에서 손을 떼고 국가대표팀 전력 향상에 전념하고 있다.

백 감독은 최고의 무대 NHL에서 익힌 선진기술과 조직력을 대표팀에 투영했고, 강인한 몸싸움을 위한 체력훈련을 강화해 대표팀의 체질을 개선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이 끝난 후 비디오 분석관이 정식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것 역시 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활용한 비디오 분석관을 대회 후 상근직으로 전환했다. 백 감독은 비디오 자료를 통해 선수에게 훈련 내용을 주지시키고, 훈련 후에는 영상 분석을 통해 개선할 점을 지적하는 등 훈련에 비디오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비디오 분석관은 경기 도중에도 게임 내용을 분석해 코칭 스태프에 전달, 작전 수립을 돕는다.

지난 2월 한국에서 열린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와 2018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출전 등으로 인해 다른 시즌보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길었고, 3월 세계 최강 중 하나인 러시아와 2차례 평가전을 치르면서 자신감을 획득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