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수연이 어프로치를 준비할 때 캐디백이 홀과 일직선을 이룬 당시 중계화면 모습. MBC 캡처

장수연, 캐디백 핀 방향으로 놓고 어프로치 2벌타

이른바 렉시 톰프슨(미국) 벌타 사건에 앞서 제3자에 의한 제보로 판정이 번복되거나 벌타를 받아 우승자가 뒤바뀐 사례는 여럿 있다.

2016년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 연장전. 브리트니 랭(미국)과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는 연장전 3개 홀 성적을 더해 승부를 가려야 했다. 노르드크비스트가 연장 두 번째 홀인 17번 홀(파4) 벙커에서 두 번째 샷을 할 때 클럽이 벙커에 살짝 닿아 모래가 움직이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경기위원은 연장 세 번째 홀에서 경기 중이던 노르드크비스트에게 규칙 위반을 통보했고, 2벌타를 부과했다. 노르드크비스트는 이로 인해 우승컵을 놓쳤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1987년 2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샌디에이고 오픈 4라운드. 2위를 달리던 크레이그 스테들러(미국)가 실격됐다. 전날 14번 홀에서 스탠스 규정을 위반한 것이 제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스테들러는 나무 밑에 공이 들어가자 바지가 젖고 흙이 묻는 것을 우려해 수건을 깔고 무릎을 꿇은 채 스윙했다. 스탠스를 할 때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았고, 전날 벌타가 포함되지 않은 스코어 카드를 제출했기에 실격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안나 노르드크비스트가 지난해 열린 US여자오픈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국내에서도 자주 발생했다. 장수연은 2010년 아마추어 고교생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현대건설 서울경제 오픈에 출전해 우승했다. 하지만 스코어 카드 접수처에서 경기위원회가 규정 위반으로 장수연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15번 홀에서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 샷을 하던 순간 캐디였던 부친이 캐디백을 핀 방향으로 눕혀 놓는 바람에 ‘라인을 읽는 데 도움을 줬다’는 시청자의 제보가 받아들여진 것. 2013년 10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한국오픈 최종 4라운드. 5언더파 선두로 홀아웃한 김형태는 13번 홀 2벌타가 뒤늦게 알려져 정상에서 내려왔다. 티 샷이 해저드 구역에 떨어졌고, 두 번째 샷을 할 때 클럽을 지면에 댔다는 제보로 17번 홀에서 2벌타를 통보받았다. 먼저 경기를 마친 호주 출신 선수들이 클럽하우스에서 TV로 중계를 지켜보다 경기위원회에 제보해 김형태는 제동이 걸렸다.

판정에 불복해 기권한 예도 있다. 최운정은 2014년 8월 LPGA투어 캐나다 퍼시픽 오픈 2라운드 도중 10번 홀 벌타 판정에 불복해 기권했다. 당시 10번 홀 그린 마크 지점에서 1인치 정도 왼쪽에 공을 놓고 퍼트한 것을 TV 시청자가 제보했고 경기위원회는 경기 종료 후 오소 플레이라며 2벌타 판정을 내렸다. 최운정은 불만을 제기하며 곧바로 코스를 떠났다.

골프대회에서 시청자나 갤러리 등 제3자 제보가 처음 나온 건 1957년이다. 브리티시오픈 마지막 날 18번 홀에서 우승을 앞둔 바비 로크(남아프리카공화국)는 그린에서 마크한 뒤 공을 집어 들었지만, 상대의 퍼트 라인에 걸려 마크를 옮겼다. 이후 자신의 퍼트 차례에서 공을 원위치로 되돌려 놓지 않고 옮겨 둔 곳에서 플레이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하지만 이를 본 관중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대회를 주관한 R&A는 오소 플레이에 의해 2벌타를 부과해도 로크의 우승에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골프대회에서 발생한 최초의 시청자 또는 관중의 제보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시청자와 관중의 제보가 활발해졌으며 경기위원회도 이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