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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은 2011년 제기된 재단법인 구원장학재단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상고 심판에서 지난 20일 6년 만에 원고 승소의 취지로 선고하면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사건의 개요는 국비장학금과 대학의 도움으로 외국 유학을 하고 그에 대한 보답과 인재 양성의 신념으로 180억 원대의 주식을 재단법인에 기부하자 관할 세무서가 이에 대해 140억 원대 증여세를 물린 것이다. 재단법인이 소(訴)를 제기해 1심에선 승소했으나, 2011년 8월 19일 2심에선 패소했다.

모두 64쪽인 대법원 판결문은 다수의견과 3인의 반대의견, 그리고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을 각 보충하는 의견으로 이뤄져 있다. 다수의견은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 관련 조항을 해석할 때 상속세나 증여세를 회피하면서 내국법인에 대한 지배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큰 주식 출연 행위와 그렇지 않은 주식 출연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의 해석대로 하려면 완전한 사후관리 방식으로의 입법(立法)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증여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는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고, 반대의견은 해석상으로는 원심 판단이 옳다는 것이다.

공익사업에 대한 기부는 면세이므로 그만큼 세금으로 확보되지 않아 국가나 지자체의 활동이 제약될 수 있다. 정부의 책무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삶의 조건 변화를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지 못하는 경우 정부 정책 등을 통해 도와줘야 한다. 정부의 활동 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기부에 대해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시장경제 아래서 기업가는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열심히 일해 고용을 확대하고 부가가치를 많이 생산해 많은 세금을 정부에 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공익사업에 대한 기부보다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법인이 영위하는 공익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기부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 주식 기부는 저금리시대에 이자가 거의 없는 현금보다 공익법인인 재단법인의 재원으로 더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선의로 기부하는 것은 존중돼야 한다. 혜택을 본 사람이 성장한 후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 기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현대사회의 양극화 현상도 극복될 것이다. 나아가 헌법이 강조하는 기회균등이 실현되고 안정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나라마다 기부 문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르지만, 우리에게는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통이 있다. 이전부터 재난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재의연금 모금과 금모으기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이제는 모금 운동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공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문화를 권장해야 한다. 그러면서 기부제도의 혜택을 악용한 세금 포탈이나 공익법인을 통한 내국법인을 지배하는 변칙 상속 등을 막는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재단법인의 경우 정관에 재원의 확보 방법과 용도 및 해산 시 남은 재원의 국고 귀속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감독청의 인허가 사항을 관리하고 감독하면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2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가 내건 장밋빛 공약을 실현할 재원 확보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조세 저항을 초래하는 세금 외에 공익사업에 대한 기부금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 사회적 화합과 활기를 창출하는 선의의 기부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