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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체육부장

태릉선수촌은 흔히 ‘국가대표의 요람’으로 불린다. 51년 전인 1966년 6월 30일 국가대표의 강화 훈련을 위해 지금의 서울 노원구 화랑로에 건립됐다. 1965년 11월 3만2291㎡(9786평)의 대지에 착공됐다. 설립 당시엔 합숙소 등 건물 4동 규모였으나 실내체육관, 실내수영장, 국제스케이트장 등이 계속 들어서 지금은 훈련시설 13곳과 부대 시설 4곳을 포함해 모두 20개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의 대지 면적은 건립 당시의 10배로 늘어난 31만696㎡에 달한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936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이 남자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하계올림픽에서 금 91개, 은 85개, 동 90개를 획득했다. 동계올림픽의 금 26개, 은 17개, 동 10개를 보태면 메달은 모두 319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11개를 제외한 308개의 메달이 태릉선수촌에서 빚어졌다. 태릉선수촌이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오는 9월 충북 진천선수촌이 준공되고, 10월 국가대표의 요람은 태릉에서 진천으로 이전된다. 진천선수촌의 면적은 159만4870㎡로 태릉선수촌의 5배를 넘는다. 수용 인원을 보면 태릉선수촌은 450여 명이지만 진천선수촌은 1150여 명에 이른다. 수용 종목은 태릉이 12개, 진천은 35개다.

새집으로 이사하는 셈이다. 그런데 진천선수촌 이전을 앞두고 학생 국가대표의 학습권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태릉선수촌은 서울에 있기에 훈련하는 대다수 학생 국가대표의 등하교가 가능하다. 대부분 서울 인근 학교의 학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천선수촌에 머물면서 서울, 수도권의 학교에 다니는 건 사실상 어렵다. 그리고 학사 관리가 엄격해져 훈련을 출석으로 인정하던 관행을 더는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체육회는 법적·제도적인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대표를 학사 관리의 예외로 두게 되면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 훈련이 학교 수업일 순 없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양성한다는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참에 합숙훈련 축소 등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건 어떨까.

국가대표의 선수촌 합숙훈련은 집중력 있게, 체계적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선수촌은 365일 운영되며, 종목에 따라 최대 1년의 3분의 2인 240일까지 머물 수 있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10대와 20대, 그리고 결혼해 가정을 꾸린 30대를 선수촌이란 울타리에 가둬놓고 훈련시키는 건 운동기계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진천선수촌에서 240일 동안 머무는 학생 국가대표는 학습권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의 엘리트 체육은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질적으로 도약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에서 다양한 종목의 메달 획득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스포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와 달리 과정은 그렇지 않다. 1년의 절반이 넘게, 전체 종목의 국가대표가 한곳에 모여 합숙훈련을 하는 사례는 미국, 유럽의 스포츠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진천선수촌 합숙훈련 기간을 지금보다 짧게 줄이고, 방학 등을 활용한다면 학생 국가대표의 학습권은 자연스레 보장된다.

j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