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구호 사용 않기로
‘집토끼’ 2040 지지 유지 과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공식 선거운동 돌입 첫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했다.

그동안 전매특허였던 ‘적폐 청산’ 구호도 공식적인 메시지로 쓰지 않는 등 중도 확장 전략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확장성 한계를 지적받아온 문 후보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기존 지지층을 다지면서 중·장년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후보는 이날 공식 선거운동 메시지는 물론 선거 포스터, 선거 공약집 등에도 적폐 청산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토론회에서도 관련 논쟁은 최대한 피해간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부패 기득권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적폐 청산을 정치 보복으로 오해하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통합과 민생의 메시지를 더 강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적폐 청산 구호를 통해 당내 경선을 가볍게 이겼지만, 본선 국면에서는 경선에서의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문 후보는 경선 이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추격을 허용했다.

선거 전략을 변경하면서 박영선·변재일 의원 등 그동안 탈당설까지 돌던 주요 인사들이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선언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문 후보 측의 판단이다. 문 후보 측은 김영삼(YS) 전 대통령 측근 그룹의 집단적인 지지 선언을 끌어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김영춘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옛 상도동계 인사들이 지지하고 나선다는 것은 3당 합당 체제가 완전히 붕괴하고 민주연합 세력이 다시 모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 전략 변경으로 문 후보는 ‘집토끼’라고 할 수 있는 20~40대에서 계속 압도적인 지지를 유지하는 것이 과제가 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빠진 지지율이 유보층으로 가는 것은 불안한 부분”이라며 “확장이 생각만큼 되지 않고 기존 지지층이 변심하거나 투표를 하지 않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