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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워낙 자주 쓰여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쓰인 ‘하룻강아지’가 어떤 강아지냐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퀴즈 문제로 자주 나온다.

우리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단어를 ‘하릅강아지’에서 변한 것으로 설명해 왔다. 글쓴이도 이와 같은 설을 비판 없이 따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하릅강아지’의 ‘하릅’은 ‘짐승의 한 살’을 의미한다. ‘하릅망아지, 하릅비둘기, 하릅송아지’ 등에 쓰인 ‘하릅’도 그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하릅강아지’는 ‘한 살 된 강아지’가 된다. ‘하룻강아지’의 어형과 의미가 ‘하릅강아지’의 그것과 유사하니 ‘하룻강아지’를 ‘하릅강아지’에서 온 말로 본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그런데 ‘하릅강아지’가 ‘하룻강아지’로 변할 수 있는지는 의심이 든다. 오히려 옛 문헌에서 발견되는 ‘하로강아지’에서 변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하로’는 ‘하루’의 이전 어형이므로 ‘하로강아지’는 ‘하룻강아지’와 의미가 같다. 이것이 ‘하롯강아지’를 거쳐 얼마든지 ‘하룻강아지’로 변할 수 있다.

‘하로강아지’, 곧 ‘하룻강아지’는 다름 아닌 ‘태어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강아지’이다. ‘한 살 된 강아지’인 ‘하릅강아지’와는 다르다. 그런데 ‘하룻강아지’는 지금 ‘난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강아지’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의미가 좀 더 확대된 것이다. 아주 어린 강아지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천방지축 까불어대기 일쑤이다. 그러니 무서운 호랑이가 가까이 와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하릅강아지’ 설을 버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도 이 설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글쓴이의 이전 글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여간 민망하지 않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