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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지난해 6월 말 이 지면을 통해 유커(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지나친 산업의존도와 냉각 위험성을 경고(‘유커에 목맨 면세산업’)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애석하게도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724만 명 가운데 유커는 807만 명에 달했다. 면세점만 해도 전체 매출액 12조2000억 원 가운데 63.98%를 유커가 좌우했다. 면세산업이 3조∼5조 원 매출액에서 ‘비약’적 발돋움을 한 이면에 유커의 집단 구매가 자리하고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 유커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면세점부터 카지노, 여행사, 유명 관광명소를 둔 지자체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면세점은 이런 추세라면 5조 원가량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호소했다. 이미 올 연말에 문을 열기로 했던 신규 면세점은 한시적인 개점 유예 조치를 받았다.

유커는 중국의 1인당 소득 증가와 해외여행 붐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늘어 왔다. 그러나 ‘속성’상 사드 사태와 같은 단기변동성의 충격은 예견할 수 있었다. ‘정치적·외교적 외부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높다’(션지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는 게 대표적이다. 대만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후 양안 관계가 경색 조짐을 보이자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던 게 우리에겐 반면교사다. 그렇다고 망연자실할 필요가 있을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유커 감소를 계기로 과감히 ‘미련’을 떨치고 유커 없이 독자생존이 가능한 관광산업의 원천적 경쟁력을 갖출 것을 권하고 싶다. 가능성도 조금씩 엿보인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시내 A 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보복 조치로 매출이 급전직하했다가 다행히 내국인 매출과 동남아 등 대체선 관광객 덕분에 다시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앞으로 지속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차제에 단기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산업, 업종에 대한 지원 병행과 함께 이슬람, 일본, 동남아 등 지리적 근접성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관광객 유치를 통해 매출 감소를 상쇄하고 관광산업의 밑바닥 경쟁력을 재점검해야 한다. 이슬람만 해도 ‘포스트 유커’ 이후 주목하는 시장이고 곧 100만 명 방문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언어소통, 숙박, 출입국절차, 청결 등의 측면에서 불만이 적지 않다. 이는 유커라고 예외였을까. 쇼핑 위주의 단조로운 관광상품, 봉을 만난 듯 뒤집어씌우려는 바가지요금 논란은 말할 것도 없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면세점만 해도 장사 좀 된다 싶으니 덩달아 규제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2008년 이후 특허 갱신 요건 강화부터 특허 기간 단축, 수수료 기준 변경, 특허수수료율 변경 등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것만 해도 6개 이상이 찾아 왔다. 대기 중인 것도 만만치 않다. 일본, 태국, 중국 등 어떻게든 시장을 키워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옆 나라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유커 감소란 현상은 사드 배치와 중국 보복 문제의 치졸함을 떠나 우리 내부에 도사린 낮은 관광 수준과 인프라, 규제 개선부터 시급하다는 점을 책망하는 ‘죽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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