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위기탈출 18홀 중 고난과 극복의 홀은 항상 존재한다.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는 자기 자신의 몫이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침실골프’ 룰을 아시나요?

골프 시즌이 되자 요즘 골퍼들 사이에서는 골프 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얼마 전 렉시 톰프슨의 ‘4벌타’ 사건과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첫 승을 획득한 세르히오 가르시아의 TV 시청자 제보 때문이다. 다행히 가르시아는 볼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아 우승컵을 안을 수 있었다.

물론 룰은 지켜야 한다. 하지만 룰을 지키는 일반인들의 골프는 재미가 없다. 골프 속에는 웃음과 해학, 그리고 진한 촌철살인 같은 통쾌함이 들어 있다. 그래서일까, 스포츠 중에서 가장 많은 해학과 조크가 담겨 있는 종목이 바로 골프다. 딱딱한 룰 때문에 좀 더 릴렉스해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10년 전 미국에서 ‘침실골프’ 룰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골프룰을 알면 침실룰을 알고, 침실룰을 알면 골프룰을 잘 지킬 수 있다. 물론 이 침실룰을 보면 “이게 도대체 뭐야?”라는 황당한 반응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볍게 웃으면서 라운드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 소개한다.

먼저 골프는 클럽 수가 14개 이내로 제한된다. 침실골프 룰은 클럽 1개와 볼 2개로 제한된다. 코스에서 플레이하려면 반드시 컵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침실골프의 목적은 볼은 바깥에 둔 채 클럽을 사용하는 것이다. 클럽의 샤프트가 강할수록 가장 효과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또한 헤드의 지름은 샤프트보다 굵어야 코스의 주인에게 환영받는다. 코스 주인은 컵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클럽의 길이를 제한할 수 있다. 본 게임의 목적은 되도록 많은 스트로크를 하는 것이며, 그러지 못할 경우엔 플레이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도착하자마자 바로 플레이를 시작하는 것은 에티켓에 어긋나는 일이다. 플레이어는 코스 주인에게 절대로 다른 코스와 비교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플레이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비를 준비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이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는 아무 때나 코스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외에도 플레이해본 적이 없는 코스에서 처음 플레이할 때는 경기 일정이 제대로 잡힌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코스의 주인은 컵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한다. 코스 뒤쪽에 플레이할 때는 사전에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평소 느린 플레이가 권장되지만, 주인이 요청할 경우에는 빨리 진행할 수도 있다.

골프룰과 침실골프룰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골프는 룰과 에티켓을 지켜야 하면서도 즐거워야 한다는 양면성이 있다. 아마도 그래서 침실골프룰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는 “웃음의 위력을 알지 못하는 세일즈맨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골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미소를 모르는 골프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너무 진지하면 삶의 재미가 반감된다. 가끔은 웃을 수 있는 해학과 풍자가 있는 골프이기를 바란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