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의 대표적인 블랙유머 작가인 마크 트웨인의 캐리커처. 맥스미디어 제공

마크 트웨인의 관찰과 위트 / 카를로 드비토 엮음, 홍한별 옮김 / 맥스미디어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현대 미국 문학 전체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나왔다”고 칭송했던 작가 마크 트웨인. 우리는 아동작가로만 알고 있지만, 트웨인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자 풍자의 정수와 최고의 유머를 구현한 미국 문화의 아이콘이다.

미주리주 플로리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트웨인은 미시시피강을 오가는 증기선의 조타수가 꿈이었다. 막상 조타수 수습생이 됐을 때 강의 만곡과 모래톱 등 수많은 지형을 외어야 했는데 잘되지 않았다. 당시 조타수였던 호러스 빅스비는 메모의 습관을 강조했고, 결과적으로 그를 ‘메모광’으로 만들었다. 그는 40여 권의 노트북을 남겼는데, 자신만의 독특한 관찰법과 사유 방법이 녹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노트북과 함께, 신문기자, 사업투자자, 발명가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던 트웨인이 남긴 작품, 저널의 글, 편지, 강연·연설문 등 평생의 기록 중에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관찰과 위트의 정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글들을 가려 뽑고 분석했다. 글쓰기 비법, 비즈니스 아이디어까지 실용적인 배울 거리도 덤으로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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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웨인은 인종 문제, 여성 참정권 등 당대 사회에서는 매우 진보적인 정치적 생각을 갖고 있었고, 도덕, 문화, 종교 등 사회적 권위와 고정관념에 저항했다. 그는 정면으로 주장을 내놓기보다는 풍자와 위트로 비틀어 더욱 신랄한 비판을 했다. 그의 촌철(寸鐵)이 지금도 생명력을 갖는 이유다. 예컨대, “정치가들은 기저귀와 같다. 자주 갈아줘야 한다. 이유도 같다”는 유머는 지금도 적합하다. 또 “당신이 바보라고 해봅시다. 그리고 당신이 의원이라고 해봅시다. 그런데 같은 말을 두 번 했네요”라고 정치인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을 보였다. 종교에 관해서는 “기독교는 분명히 지구상에서 앞으로 10세기는 넘도록 유지될 것이다. 박제돼 박물관에 보관된 채로”라고 비꼬았다. 도덕에 관해서는 “착하게 살아라. 외로워질 것이다”라고 한 뒤 “도덕감은 도덕이 무엇인지,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부도덕감은 부도덕이 무엇인지,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잘못에 관해라는 글에선 “잘못을 했으면 꼭 인정하세요. 그러면 윗사람들이 방심하기 때문에 또 잘못을 저지를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풍자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