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이 북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테니 중국과 협의 없이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나흘 만에 두 정상이 이런 통화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북핵(北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며 미국이 모든 옵션을 동원해 직접 해결하겠다”는 공언을 행동에 옮길 태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이 한반도 주변에 집결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으며,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북한이 도발할 경우 실제로 전쟁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우려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전화 통화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중국이 북핵 해결에 도움을 주면 미·중 무역 협상에서 양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인데, 이는 지금 지정하면 북한 위협과 관련, 중국과의 대화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서라면 일부 자국의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항공모함뿐만 아니라 핵잠수함도 있다며 압박을 늦추지 않았다.

이번 회담과 통화를 계기로 중국의 대북 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가늠하긴 어렵다. 겉보기엔 ‘비핵화·평화 안정·대화해결’이란 3대 원칙의 되풀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이 말과 시늉이 아닌 실질적 압박을 실행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는 결코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비군사적 방법으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국가는 중국뿐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추가 제재를 결의하자고 주장하기에 앞서, 기존 결의를 철저히 준수하고 원유 공급 중단 등 독자적 대북 제재도 단행해야 한다. 이런 문제와는 별개로, 사드 보복에 나서는 중국, 그리고 국익을 양보하면서도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미국을 보면서 한국은 누가 진정한 우방인지 거듭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