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영장 또 기각, 檢 초기수사 실패가 자초한 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최종적으로’ 기각된 것은 검찰 수사의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까지 파면되고 구속됐는데, 그런 일을 막았어야 할 주무 책임자가 활보하게 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만큼 국민 정서와 괴리된 일도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법 집행이 분노의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것은 또 다른 당위다.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는 우 전 수석의 범죄 성립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은 법정에서 여전히 “최순실의 비위는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검찰은 범죄 혐의의 중대성이나 도주와 증거 인멸 가능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일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7월 우 전 수석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퇴,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검찰의 미온적 수사 태도는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최선을 다해도 공직자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수사 의지도 모호했고, 특히 지난해 10월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의 초동 수사는 사실상 실패했다. 우 전 수석은 수사를 받는 검찰 사무실에서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수사관들과 대화를 나눠 ‘황제 소환’ 얘기를 들었다. 더욱이 지난해 7~10월에 검찰국장과 1000 차례 이상, 검찰총장과 2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도 드러나 ‘셀프 수사’ 개탄도 나왔다.

이러니 대선 후보들까지 ‘사법정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의 검찰 내부 인사들이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의심도 이상하지 않다. ‘정윤회 문건’ 사건의 핵심은 비선과 ‘문고리 3인방’의 국정농단이었음에도 당시 검찰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처리해 관련 경찰관을 구속했다. 현 검찰 수뇌부는 이런 사태에 엄중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다. 특검이 계속 수사했더라면 검찰의 수사 실패 자체도 수사 대상이 됐을지 모른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도 더 커졌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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