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청년 일자리 대통령’과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고 나섰다. 모두 화급한 국가적 과제들이다. 지난 2월 실업률이 5.0%이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12.3%로 치솟을 정도로 심각하다.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 거의 모든 후보가 흡사한 공약을 쏟아냈음에도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근본 대책인 노동개혁, 규제개혁, 구조개혁과 경제살리기 입법 등 궂은 일은 외면하면서, 세금을 투입해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포퓰리즘식 접근을 했기 때문이다. 선두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후보는 10일 중소기업단체협의회 강연회에서 “중소기업 고용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면서 청년 2명을 정규직 채용하면 세 번째 직원의 임금을 정부가 3년간 지원하겠다고 했다. 연간 5만 명, 3년간 15만 명을 지원한다고 할 때 들어가는 세금은 총 3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시행한다면 투입예산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중소기업에 세금 감면까지 하면 어디서 재원을 확보할지 대책이 없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인들은 “정작 절실한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노동유연성 확보 등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면서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으로 중소기업은 연 8조6000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안 후보도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 “일자리 만들고 경제 살리는 건 기업과 민간의 몫”이라며 문 후보의 ‘세금 일자리’를 정면 비판했다. 기본 인식은 옳지만 청년들을 만나서는 청년 1인당 월 50만 원씩 연간 10만 명을 지원하는 ‘청년 고용 보장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대학입학금 폐지도 약속했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해마다 엄청난 세금도 계속 들어가야 한다. 중소기업에 온갖 보호 장치를 둔다고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다. 정책자금을 지원 받은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더 나쁘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기업이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려면 당장 노동 유연성이 필수적인데, 실상은 거꾸로 가고 있다. 유력 후보부터 국민 앞에 솔직해져야 하고, 국민은 또다시 속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