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이 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1박2일 예정으로 시작됐다. 이번 회담이 ‘세기의 회담’이라고 불리며 세계 이목을 끈 것은 ‘아메리카 퍼스트’와 ‘중국몽’의 첫 대면으로서,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인한 충돌 가능성마저 언급될 정도의 상황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리 북핵·사드 문제가 주(主)의제임을 밝히면서 담판을 예고했다. 두 정상이 특별한 합의에 도달하든, 실패하든,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민국 안보(安保)가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정작 한국은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현 과도정부야 그렇다 치더라도 한 달 뒤 집권을 노리는 대선 후보들까지 안보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번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며, 북한의 도발에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한국과는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을 따름이다. 대북 제재 강화와 사드 배치의 정상 추진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미국이 틈만 나면 사드 배치에 쐐기를 박으려는 것은 5월 대선 이후 한국의 철회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신 정부 출범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16∼18일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할 예정인데, 같은 맥락이다. 북핵도 우려하지만 한국의 안보·외교전략 수정도 걱정하는 셈이다.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는 6·25전쟁 이후 최대의 안보 위기 상황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주요 대선 후보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후보가 안 보인다. 주요 대선 후보 모두 한·미동맹 강화를 공약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드·대북 제재·북한 인권 문제 등에서 한·미 동맹, 특히 트럼프 미 행정부 외교정책과 양립 불가능한 내용이 많다. 이런 상황이 정치인의 탓만은 아니다. 표심을 쫓는 것이 정치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외교·안보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주요 이슈가 돼야 하며, 대선 후보의 안보 역량 검증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