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충남 아산의 한 고추밭에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이 수거한 영농 부산물을 태우지 않고 ‘잔가지 파쇄기’를 활용해 밭에 다시 뿌려주고 있다. 산림청 제공

- 산림청, 4년째 녹색마을 만들기 캠페인 호응

작년 발생한 산림화재 41%
논·밭두렁 태우다 옮겨 붙어

과태료 단속·처벌 정책 탈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유도

지난해 154건…16%나 줄어
300곳 선정해 인센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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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 논·밭두렁을 태우던 관습이 우리 마을에서는 3년 전부터 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늘 하던 일인데’라며 의아해하던 노인들도 이제는 봄철 산림 근처 소각행위는 큰일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하정마을 오치환(66) 이장은 3년째 봄철 소각산불 예방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루에 한 번 꼭 경로당에 들러 노인들에게 소각행위 자제를 당부하고 산불 조심 방송을 수시로 한다.

지난 2014년부터 산림청이 전국 농·산촌 마을을 대상으로 시작한 소각산불 추방 캠페인에 하정마을이 동참하면서부터 생긴 봄철 풍경이다. 오 이장은 “동해 바다와 마을 뒷산 송림 경관이 뛰어나 관광객이 몰리는 우리 마을에 자칫 산불이라도 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120여 명의 주민들이 합심해 소각행위 추방에 힘을 모으고 있다”며 “지난해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포항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산림청이 봄철 산불의 최대 주범인 소각산불을 막기 위해 2014년부터 시행 중인 ‘소각산불 없는 녹색마을 만들기’ 캠페인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봄철 영농 준비를 위해 산림 근처에서 논·밭두렁, 폐비닐 등 농산 부산물을 무단으로 태우다 발생하는 소각산불은 지난해 전체 산불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산불의 주요인이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소각산불 근절을 위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4년째 벌이고 있다. ‘소각산불 없는 녹색마을’ 서약 마을 수는 2014년 1만5461곳, 2015년 1만5851 곳, 2016년 1만9324곳, 올해 2만410곳 등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최병암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종전의 과태료 부과 등 단속과 처벌 위주 정책은 온정주의적인 농촌 공동체 특성상 한계가 있어 ‘국민 참여형 정책’으로 전환했다”며 “소각 근절 서약을 통해 마을에 보이지 않는 책임감을 부여하고, 주민 간 결속력 강화로 자발적인 산림보호 의식을 높여 중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산불 대응 예산 절감 효과까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캠페인의 성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참여 마을의 서약 이행률은 96.4%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5년 185건이던 소각산불 발생 건수는 지난해 154건으로 16.8% 감소했다. 산림청은 이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서약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사기 진작 대책’도 병행해 추진 중이다. 산불 조심 기간 종료 이후 서약을 이행한 마을 중 모범 마을 300곳을 선정해 자치단체 차원의 다각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이 중 실적이 뛰어난 34개 마을 이장은 산림청장이 직접 표창을 수여한다.

산림청은 농·산촌 주민들의 잘못된 상식을 깨기 위한 홍보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농업진흥청 연구 결과 봄철 논·밭두렁 태우기는 병해충 방제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는 것이다. 벼의 품종 개량으로 논·밭두렁에 서식하는 애멸구·끝동매미충은 농작물에 별 피해가 없고, 오히려 거미 등 해충의 천적을 죽이는 부작용이 생겨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산불 발생의 주원인인 무단 소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농·산촌 마을 공동체의 자발적 서약과 참여 이행을 유도하고 있다”며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숲을 불태우는 것은 물론, 자칫 귀중한 인명 손실로까지 이어지는 소각산불 예방을 위해 국민참여형 정책 정착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