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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40 ‘소액펀딩 新재테크’ 확산

수제 맥줏집 5000만원 모집
4시간30분만에 목표금 채워
男아이돌 팬미팅 5억원 몰려
블라인드펀딩에도 139명 투자

4~6개월간 연이율 10% 이상
업체는 고객 마케팅 효과까지
P2P 누적대출 9개월새 5배 ↑
담보 불확실…원금손실 위험도

증권사 4년 차인 김모(34) 대리는 지난해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금융업체를 통해 평소 지인들과 자주 가던 단골 수제 맥주 전문점에 500만 원을 투자했다. 투자 기간은 6개월, 연이율은 13.0%다. 이 가게 점주는 P2P 금융업체를 통해 5000만 원을 모집했다. 김 대리 같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펀딩 시작 4시간30분 만에 목표 금액을 채웠다. 수제 맥주 가게는 이자와 별개로 김 대리에게 5만 원 이용권을 선물했다. 또 가게 벽에 김 대리의 이름을 영문으로 각인도 해줬다. 최미진(여·28) 씨는 지난 2월 평소 좋아하던 남자 아이돌 그룹이 P2P 금융회사를 통해 중국 및 동남아 팬 미팅 자금을 마련한다는 얘기를 듣고, 100만 원을 투자했다. 투자 기간은 4개월, 연이율은 18.0%다. 해당 상품은 ‘블라인드 펀딩’으로 진행돼, 어떤 그룹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오로지 검은 실루엣에 가려진 6명의 그림자 사진만 공개했다. 하지만 팬들은 그림자만 보고도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걸 알고 투자했다. 이런 식으로 139명이 모여 목표 금액 5억 원을 채웠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월 P2P 금융사 줌펀드가 온라인을 통해 투자자를 모은 아이돌 팬 미팅 관련 소개 자료.

20∼30대를 중심으로 단기간 연 10%대 금리를 챙길 수 있는 P2P 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P2P 투자는 커피 전문점과 맥주 가게 등 외식 프랜차이즈부터 아이돌 팬 미팅까지 사실상 돈이 필요한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P2P 금융회사 미드레이트는 최근 수제 맥주 전문점 B사의 사업확장 비용 1억 원을 모집했는데 불과 9시간 30분 만에 목표 금액을 채웠다. 투자자 연령대는 30대가 47%로 가장 많았고, 40대와 20대가 각각 21%와 12%로 뒤를 이었다. 이 업체가 상환을 약속한 기간과 이율을 고려했을 때 500만 원 투자 시 4개월 뒤에 원금과 이자로 약 522만 원을 챙길 수 있다. 이 업체가 P2P 금융회사를 통해 대출을 받은 이유는 마케팅 목적도 있다.

신규식 미드레이트 운영이사는 “B사와 같이 외식 업체가 P2P 대출을 받으면, 기존 고객은 투자자가 되면서 업체에 대한 충성심이 더 높아진다”며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관련 P2P는 이 같은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P2P 금융회사인 줌펀드는 아이돌 팬미팅 관련 운영자금을 모았는데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이 업체도 당황했다. 대출을 받는 곳은 아이돌이 속한 기획사가 아닌 팬미팅 관련 판권을 매입한 회사다. 그 때문에 아이돌을 펀딩 홍보에 활용할 수 없었고, 실루엣 사진과 팬카페 순위 등 최소한의 투자 정보만 제공했다.

최훈 줌펀드 매니저는 “아이돌의 영향력과 인기 등을 판단해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데, 이는 시중은행이 담보로 잡을 수 없는 영역”이라며 “아이돌 팬미팅 대출은 보이지 않는 자산에 대한 개개인(투자자)의 가치 판단이 가능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국내 수입사는 P2P 금융회사 와디즈를 통해 5000만 원을 모집했다. 결과적으로 목표 관객 수 50만 명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영화 흥행과 함께 펀딩 참여자에게 연 40%대 수익률을 돌려주게 됐다.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 상당수는 해외에서 미리 개봉한 이 영화를 보고 “한국에서도 대박이 날 것”이라는 투자 판단을 내렸다.

개인의 가치 판단뿐만 아니라 ‘리워드(보상)’도 투자심리를 자극한다. 아이돌 팬미팅 펀드의 경우 투자금액 상위 30명에게 아이돌 멤버의 사인 CD를 선물했다. 수제 맥주 전문점도 투자금액에 따라 이용권을 리워드로 제공했다.

이처럼 P2P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P2P 대출시장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P2P 대출 누적 취급액은 7344억 원이다. 협회가 문을 연 지난해 6월(1526억 원)과 비교했을 때 5배 가까이로 커진 것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대개 P2P 투자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이다. 또 P2P 투자 수익에 대해선 27.5%나 되는 고율의 기타소득세가 붙는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은 “P2P 투자는 높은 수익률과 비례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만큼 단순히 이자율만 보고 투자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