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아파트 관리비리 공개

하자보수보증금 무단 사용
주민운동시설 회비 횡령도

‘감사 않고도 했다’서류 조작
부실감사 3101건 적발 징계

정부가 6일 공개한 아파트 관리 비리 적발 및 부실 회계감사 사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아파트 관리 비리 실태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낱낱이 드러내주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감사 대상을 2015년의 429개에서 90% 정도 늘어난 816개로 확대한 결과 적발 건수 역시 1255건에서 배가 넘는 3435건으로 폭증한 점도 아파트 관리 비리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아파트 관리 비리는 외부회계감사 기관과 아파트 관리소 간 ‘짜고 치기’식 부실 감사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회계감사 자료에 따르면 충북 청주의 A아파트 단지 경리직원은 2011년 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약 5년 동안 관리사무소의 각종 경비 청구서를 조작하는 등 실비용보다 과다 인출하는 방식으로 2억7000만 원을 횡령했다. 서울 양천구의 B아파트 단지의 경우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가 1년 동안 아파트 하자보수보증금 2500만 원을 지출근거와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무단 사용한 것으로 적발됐다.

경기 수원시 C아파트 단지는 위탁관리 업체를 통해 헬스클럽 같은 주민운동시설을 관리해 왔으나 이 업체가 3개월간 주민들의 회비 1300만 원을 횡령하는 사건을 당하기도 했다. 부산 사하구 D아파트 단지의 관리소장은 광고 수입, 재활용 수입 등 연간 2000만 원에 달하는 잡수익을 4년 이상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승강기 등 대규모 수선에 대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46억 원 적립해야 하는데도 7억 원만 적립했다가 적발됐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해 처음으로 외부회계감사 보고서에 대한 심리 조사를 별도로 진행했다. 국무조정실은 “1800개 단지에서 총 3101건의 부실감사를 적발하고 회계법인, 감사반 등 감사인 15개, 회계사 65명에 대한 징계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부실감사 유형은 공사계약 검토 소홀(35.9%)과 장기수선충당금 적정 징수 여부 검토 소홀(28.0%) 사례가 대표적이었지만 아예 감사업무에 참여하지 않고도 감사를 했다고 허위 서류를 꾸민 경우(16.2%)도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