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5당 중 마지막으로 4일 국민의당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의원은 “상속 받은 사람이 아니라 자수성가한 사람이 성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상속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냐, 아니면 벤처 기업으로 성공한 자신이냐를 부각, 양강(兩强) 구도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안풍’이 확인되는 사실도 이런 전략의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양자 대결 땐 안 후보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이어지고, 5자 대결(JTBC 조사)에서도 31.8%로 문 후보(39.1%)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를 맡는 형식으로 민주당과 합쳤던 안 후보는 ‘친문 패권’에 반발하며 2015년 말 국민의당을 창당해 지난해 4·13 총선에서 약진했다. 그 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면서도 ‘국회로의 수렴’을 내세워 길거리 촛불 집회에는 불참했다. 이로 인해 다시 지지율이 급락하는 위기를 겪었으나, 원칙을 고수해 재부상의 원동력이 됐다. 반기문·황교안·안희정으로 옮겨 다녔던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 기대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반대급부에만 기대서는 모래성처럼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국정(國政)을 책임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야 한다.

안 후보가 당장 넘어야 할 산은 3개다. 우선, 국민의당은 국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한계가 있다. 박지원 대표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처럼 과거 국정을 잘 다뤘던 개인들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외교 특사로 모시겠다고 한 것 등은 바람직하다. 둘째, 현실적으로 39석의 제3당으로 국정을 주도하기는 어렵다. 셋째, 호남 지역 지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드 문제의 경우, 당론은 반대이지만 안 후보가 ‘현실론’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안 후보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다른 정파와의 협력이 불가피한데, 안 후보는 “정치공학적 연대, 탄핵 반대 측과 연대, 특정인을 반대하는 연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연대를 할 경우, 기존 지지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 자강(自强)과 연대의 딜레마 해결 능력에 승패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