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眞朴과 박사모 31일 오전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상현(왼쪽 세 번째)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광용(〃 네 번째) 박사모 회장 등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검찰 차량을 타고 구치소로 오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보수진영 재편 움직임

친박 탈피해 보수개혁 뒤 통합
통합파 vs 친박 내전 가능성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자유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의 분화와 나머지 의원들의 보수 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폐족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 일부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구·경북(TK) 지역 동정론에 기댄 결집을 강화할 수 있다. 동시에 일부 친박계의 퇴행적 시도는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을 자극, 보수 혁신과 이를 통한 바른정당과의 통합 시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당과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경우 반문(반문재인)연대나 공동정부 등을 고리로 대선 직전 국민의당과의 보수·중도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1일 박 전 대통령 구속 소식에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강경한 반응을 나타냈지만, 대다수 한국당 의원들은 침묵하거나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던 날에도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침묵하는 친박계 의원들의 향후 구상도 제각각이다. 한국당의 핵심 당직자는 “그래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우리 당을 이만큼이라도 떠받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우리 당에는 더 이상 친박이 없고, 친박이 없으니 청산대상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전히 TK와 일명 ‘태극기’를 중심으로 한 강경 보수층에 기대 향후 활로를 모색해보겠다는 쪽이다.

반면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 상당수는 “친박에서 탈피해 보수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며 친박 인적 청산, 한국당의 노선 전면 재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재선의원은 “한국당이 절대 맹주로 자리 잡은 TK 지역과 달리, 바른정당이 표심 분열을 가져 올 수도권과 충청,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 전 보수통합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전했다. 이들은 우선 인적청산 등 개혁작업을 한 뒤 대선 후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골수 친박계와 보수통합론자 간 내전이 격화하면 당장 대선을 앞두고 2차 내전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한국당 탈당을 유보했던 일부 의원들이 당을 뛰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원심력은 대선 후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윤희·유민환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