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기종 남도금형㈜ 회장이 지난 16일 광주 광산구 본사 집무실에서 퍼팅 연습을 하고 있다.

오기종(58) 남도금형㈜ 회장은 좀 과장해 말하면 ‘1년의 절반’을 골프로 보낸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골프를 위해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렇다고 그가 골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전 일찍 출근해 주요 업무를 미리 챙긴다. 일찌감치 동생들을 기업 경영에 참여시켜 업무를 나눠 맡겼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능력을 갖춘 동생들을 ‘동원’해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 16일 광주 광산구 남도금형 제1공장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난 오 회장은 “동생들이 없었다면 골프와 가까워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골프장에 갈 때만 타고 다니는 3년도 채 안 된 승용차의 주행거리가 이미 10만㎞를 훌쩍 넘었다”고 귀띔했다.

오 회장이 운영하는 남도금형은 플라스틱 부품 및 금형 개발 전문업체. 삼성전자 등의 가전제품에 플라스틱 사출 성형 부품을 공급한다. 또 미국 크라이슬러와 포드 자동차 등의 내장 부품 생산 파트너다. 광산구 산업공단에 3만3000㎡(1만여 평)의 1·2공장과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1993년 회사를 창업한 오 회장은 회사가 자리 잡기 시작할 무렵이던 40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연습장을 며칠 다닌 뒤 지인들 손에 이끌려 첫 라운드를 치렀지만 3일 후 외환위기가 터졌다. 골프를 계속해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를 놓고 고민했다. 하지만 골프와의 인연은 끊을 수 없었고, 남들보다 열성적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골프를 배운 지 한 달 만에 광주 골프장 회원권을 샀다. 골프는 늦게 시작했지만, 금세 언더파에 도달하면서 ‘궤도’에 올랐다. 매일 오전 5시 30분 연습장에 나와 두 시간씩 훈련한 뒤에야 출근했다. 오 회장은 “이렇게 2년을 보냈더니 골프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며 “공을 내 마음대로 다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2년도 안 돼 78타를 남겼고, 다시 몇 달 뒤 광주 골프장에서 2언더파 70타로 언더파 패를 받았다.

오 회장은 “프로의 도움 없이 혼자 연습했지만, 무작정 공을 때린 건 아니었다”며 “공 하나를 치더라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습장에서는 드라이버를 거의 잡지 않았다.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게 힘들었고, 다른 클럽을 연습하는 데 지장을 줬기 때문. 짧은 클럽으로 스윙하면서 훈련의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췄단다.

그는 2006년 클럽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지금까지 모은 챔피언 트로피는 5개나 된다. 광주 골프장에서 2번, 화순 골프장 2번, 레이크힐스 순천 골프장 1번 등 2009년까지 챔피언전을 휩쓸었다. 오 회장은 “이후 클럽챔피언전 대신 전국 규모의 미드아마추어대회에 본격적으로 출전했다”며 “2011년 골프버디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는 첫날 5언더파 67타를 챙겨 우승컵까지 안았다”고 말했다. 그의 ‘라이프 베스트’는 7언더파 65타. 제주 라헨느 골프장 챔피언티에서 지인들과 라운드하면서 작성했다. 미드아마추어 공식대회에서의 베스트는 5언더파 67타다. 2011년 골프버디 아마추어 골프대회 첫날 작성했다. 오 회장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시니어 프로들이 출전하는 챔피언스투어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할 만큼 여전히 출중한 실력을 자랑한다.

오 회장은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 부회장을 5년째 맡은 인연으로 사비를 털어 호남지역의 미드아마추어대회를 3년 동안 개최했다.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은 등록 선수가 5000명에 이른다. 대회 때마다 지원자가 넘쳐 연맹 홈페이지를 통한 출전 신청은 10분 만에 마감된다. 7∼8권역별로 130∼140명이 예선에 나오기에 미드아마추어대회에 1000명 이상이 출전하는 셈이다. 지역별로 20명 정도만 본선에 출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본선에 진출하면 아마 강호로 인정받는다. 거의 언더파 수준이란다. 그는 또 전국 규모의 아마추어대회와 클럽챔피언 출신들로 구성된 아마 고수의 모임 ‘사랑의 버디회’ 수석 부회장이며 2년 후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다.

오 회장은 클럽을 바꿨을 때 몇 번 테스트하기 위해 간 것을 제외하면 5년 넘게 연습장과 담을 쌓고 지냈다. 그렇지만 지금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70대 후반을 유지한다. 최근 몇 년 동안 80대 스코어를 남긴 적은 기억에 없다.

그는 골프에 입문할 때부터 ‘골프일지’를 써왔다. 1997년 9월 30일 골프 입문, 1999년 12월 첫 싱글, 지난해 9월까지 이글 57차례 등이 그의 일지에 담겨 있다. 56, 57번째 이글은 같은 홀에서 5개월 새 작성했다. 오 회장은 이글을 낚을 때마다 동반자에게 부탁해 이글 패에 번호를 새겨 넣고 있다. 홀인원은 3차례. 2002년 11월 광주 골프장 동악 코스 8번 홀(파3·199m), 2009년 3월 광주 골프장 설산 코스 6번 홀(파3·155m), 2011년 3월 경기 안성의 에덴블루 골프장 밸리 코스 8번 홀(파3·200m)에서 홀인원의 영광을 안았다.

오 회장은 몇 해 전 오른쪽 어깨의 인대 3가닥이 끊어졌다. 골프 근육을 너무 쓰다 보니 실이 닳아 옷이 해진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의사는 2년 정도 지나야 골프클럽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진단했지만, 그는 6개월 만에 골프장에 나갔다. 골프를 위해 피땀이 섞인 재활 과정을 거쳐 조기에 완쾌했다. 오 회장은 “버디보다 파를 목표로 전략을 세워 공략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마음을 비우고 기본에 충실하면 버디 찬스가 오지만, 욕심을 부리면 보기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는 회사 경영과 닮은 점”이라고 말했다.

광주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