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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불량성빈혈 극복하고 격투기 선수 활약 김형수 씨

“골수이식을 받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난치병 아이 돕기 등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지난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체육관에서 만난 종합격투기 선수 김형수(29·사진) 씨는 “희망을 되찾은 뒤에 보니 건강과 사랑이 최고의 행복이더라”며 해맑게 웃었다. 김 씨는 재생불량성빈혈을 극복하고 격투기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재생불량성빈혈은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이 감소해 조혈 기능의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김 씨는 “8세 때 처음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당시엔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약물치료로 호전됐다”며 “이후 초등학교 5학년 때 씨름부 코치한테 발탁돼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씨름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전국소년체전에서 1등을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레슬링 선수로 전향해 승승장구했다. 김 씨는 “중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를 꿈꾸며 레슬링으로 종목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전국소년체전에서 2위, 3학년 때는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18세가 되던 해에 김 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는 “친구들이랑 매일 운동장을 돌았는데 점점 몸이 따라주지 않고 뒤처지게 되더라”며 “골수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고 회상했다. 수술 성공확률이 50%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에 처음에는 “레슬링을 하다 매트에서 죽겠다”며 수술을 거부했다. 그렇게 2년을 더 버텼지만, 결국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 수술대 위에 누워야 했다. 김 씨는 “수술 후 부작용으로 온몸이 붓는 등 모습이 흉해져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며 “난치병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을 통해 카메라를 선물로 받았는데, 다른 사람들을 찍어주기만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문득 이렇게 숨어서 지내기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태극마크에 대한 미련에 다시 일어났다”며 “결국 레슬링 국가대표는 되지 못했지만, 알고 지내던 분의 도움으로 체육관에서 레슬링 코치를 하면서 자연스레 종합격투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4년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서 프로 선수로 첫발을 뗀 그는 2015년 국내 데뷔전에서 승리한 뒤 파이트머니(대전료) 전액을 한국백혈병협회에 기부했다.

김 씨는 이후로도 난치병을 앓는 아이들을 찾아가 격려하고, 그들을 돕기 위한 재단 설립을 위해 자금을 모으는 등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매달 한 차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매주 한 번씩 방문해 입원 중인 난치병 아동을 위해 놀이 수업을 해주고 있다. 그는 “병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고 싶다”며 “꾸준히 더 많은 아이를 돕고 싶어 비영리재단 설립을 계획 중으로, 올해 안에는 재단 등록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남=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