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환경보호청(EPA)에서 광산 근로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연방정부의 주요 탄소 배출 규제를 해제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 서명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라이언 징크(왼쪽부터) 내무장관과 스콧 프룻 EPA 청장, 마이크 펜스(오른쪽부터) 부통령과 릭 페리 에너지장관도 이날 서명식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 서명

“美번영 도둑맞던 시대 끝나”
오바마 친환경 규제 뒤집기
포드 환영… “12억달러 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석탄과의 전쟁’ 중단을 선언하면서 탄소배출 규제를 철폐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환경보호청(EPA)에서 가진 서명식에서 “행정명령 서명으로 ‘석탄과의 전쟁’에 종지부가 찍혔다”면서 “이는 에너지 규제를 없애고, 정부의 간섭을 중단하고, 일자리를 죽이는 규제를 취소하는 역사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취한 이 행동은 오랜만에 처음으로 우리 노동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성공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미국의 번영을 도둑맞았던 시대가 끝나고, 경제가 살아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서명식에는 릭 페리 에너지장관·스콧 프룻 EPA 청장과 함께 광산 근로자 25명도 참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이게 당신들을 일자리에 복귀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행정명령은 화력발전소 폐쇄 조치를 담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폐지하고, 국유지 내에서 석탄 채굴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행정명령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미국 정부의 환경정책 검토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포함돼 있다. 행정명령은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기준에서 32% 줄이는 청정전력계획이 폐기되면 협정 준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이날 자료를 통해 “청정전력계획 때문에 연간 39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고, 41개 주의 전기요금도 최소 10% 오르고, 석탄생산도 2억4200만t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행정명령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행정명령도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마찬가지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셸던 화이트하우스(민주·로드아일랜드) 상원의원은 “궁극적으로 법적 소송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기존 환경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행정명령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라고 말했다.

한편 연비규제 철폐를 요구해 왔던 자동차기업 포드는 이날 12억 달러(약 1조3380억 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규제 완화를 환영했다. 포드는 이날 성명에서 “미시간주 공장 3곳에 12억 달러를 투자해 총 13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오늘 포드에서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