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28일 대선 후보로 유승민 의원을 선출한 데 이어 자유한국당도 오는 31일에는 후보를 확정한다. 같은 뿌리의 두 정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분열되면서 공도동망(共倒同亡) 상태에서 헤매고 있다. 후보 선출을 계기로 다시 합쳐야 한다는 얘기가 양측에서 나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유 후보 역시 수락 연설에서 “보수의 재건(再建)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모아 이번 선거에서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했다. 유 후보는 ‘원칙과 명분이 있는 단일화’를 전제로 “원점에서 생각하겠다”고도 했다. 한국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홍준표 경남지사도 “단일화는 좌파 정당 몫이었지만 이번엔 보수우파가 하지 않으면 정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 입장이다.

바른정당의 경선 과정은 어느 정당보다 모범적이었다. 유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가 국민 앞에서 미국식의 ‘각본 없는 직접 토론’을 벌였는데, 후보 토론의 전형이라고 칭찬할 만하다. 또 다른 당에 비해 인신 공격이나 비방이 없이 정책 경쟁에 충실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 후보가 1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최근 여론조사(리얼미터) 결과 유 후보의 지지율은 2.2%, 바른정당은 4.9%에 그치고 있다. 정의당보다도 낮다. 국민의 관심과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것이다. 양 극단의 정치 풍토가 낳은 현상일 수도 있으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관계 설정부터 우왕좌왕하면서 정체성을 상실한 원인이 크다.

바른정당이 보수 재건의 선두 주자가 되려면 ‘보수의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국민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기존 보수 정당은 말만 그랬을 뿐 실제로는 권력자 중심으로 뭉친 기득권·웰빙 정당의 행태가 강했기 때문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않을 확고한 안보 정당, 힘들더라도 포퓰리즘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 경제를 살려낼 경제 정당, 편가르기 없이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국민통합 정당으로서의 진정성을 보이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자강책(自强策)으로 지지층을 확대하면서 선거 승리를 위한 연대에도 허심탄회하게 나서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표를 후보로 확정하면 보수·중도 진영의 대연합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