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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구름은 그 형태나 색상이 일정하지 않은 속성 때문에 이름 짓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학자들은 끊임없이 관측, 연구해 이름을 붙이고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23일,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세계기상기구(WMO)는 ‘국제구름도감’(ICA) 개정판을 발표했다. 이 최신판에 새 구름 유형이 추가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구름은 모양과 높이에 따라 10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낮은 쪽부터 층운·난층운·적운·층적운과 고층운·고적운 및 권적운·권운·권층운이 있고, 상하 수직으로 형성된 적란운이 있다. WMO 분류 방식은 이와 다르다. 형태와 구조, 배열과 투명도, 밝기, 온도, 높이와 모양에 따라 새 구름을 채택하고 분류한다. 그밖에 기온이나 기상에 주는 의미 등을 세세하게 따지는데, 현재 ICA에 등재된 구름 유형은 100여 개에 불과하다. 구름의 학명도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라틴어로 표기하는데, 영국의 화학자이자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가 1803년에 만들었다.

구름을 하늘의 계시로 해석하거나 민심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는 건 과학 문명 이전의 점성술에 불과하다. 구름은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나 해석이 제각각이다. 고대 동양에서는 구름을 풍작과 다산으로 보았다. 우리 단군신화에도 바람의 신 풍백(風伯)과 구름의 신 운사(雲師)가 등장한다. 구름이란 ‘검은 것’이란 뜻의 ‘구룸’이 변한 말이지만 하늘의 물, 곧 비를 상징한다. ‘꽃’의 시인 김춘수는 ‘구름’에서, ‘구름은 딸기밭에 가서 딸기를 몇 개 따먹고 아직 맛이 덜 들었군 하는 얼굴을 한다’고 했다. 쨍쨍한 햇볕이 더 필요한 농작물을 위해 구름도 제 욕심을 거둔다는 시상(詩想)을 생각하면, 우리 삶은 너무 이기적이다.

한 컷의 구름 사진이 지난 주말 누리꾼들 사이에 회자됐다. 강원도 원주에서 촬영된 이 구름의 모양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 상장(喪章)을 연상케 하는 노란 리본을 닮았기 때문이다. 마침 그날 22일은 1072일 만에 세월호 인양 작업이 시작된 날이었다. 하지만 기상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사진에 나타난 구름은 권운(卷雲·Ci)의 일종으로 보이며 리본 형태를 띠는 매우 특이한 사례일 뿐이다. 새털구름으로도 불리는 권운은 높이 5∼13㎞, 영하 20도 이하인 하늘에 나타나는 하얀 섬유 모양의 구름이다. 이번 ‘세월호 리본 구름’이 ICA 등재 대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