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 천안함 폭침 7주년을 맞았다.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천안함은 백령도 인근에서 초계작전을 수행하던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했다. 6·25 전쟁 후 북한 공격에 따른 최다 전사자였다. 경계의 실패, 허위·조작 보고와 늑장 대응 등 군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노출됐으나, 천안함 폭침은 국민의 안보 의식을 다지는 계기도 됐다. 민·관·군 모두에게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원평비전(願平備戰)의 자세를 일깨운 것이다.

7년이 지난 지금 안보 환경은 훨씬 엄중해졌다. 북한은 3·4·5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잠수함발사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사드 보복’에서 보여주듯이, 북핵 제재는 시늉만 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자위권과 주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군 통수권자는 ‘대행’ 체제이고, 대북정책과 사드 배치 등을 놓고 국론 분열도 심각하다.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주한 대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인 지 2개월 반을 넘겼다.

천안함 교훈을 뼛속에 새겨야 한다. 2002년 6월 29일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한상국 중사의 ‘신혼 6개월’ 부인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홀대에 절망해 200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었다. 이런 일이 있게 해선 안 된다. 국가보훈처는 24일 ‘서해 수호의 날’ 행사를 통해 ‘국민의 비군사적 대비가 북한 도발을 끊는 길’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회의실 뒷걸개를 ‘천안함 폭침’으로 바꾼 이유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反)안보 행태는 개탄스럽다.

대선 주자들은 군 복무기간 단축 등 안보 포퓰리즘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천안함 46용사 등을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엔 대표와 대선 주자 전원이 불참했다. 게다가 국민의 안보 무관심도 심각하다. 안보는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