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GKL 펜싱팀 창단 요구
영재센터 후원 모금 靑지시”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법정에서 후원금 모금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차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본인과 최순실(61) 씨, 최 씨의 조카 장시호(38)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영재센터가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서 2억 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 “청와대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최 씨 등은 영재센터 후원금 명목으로 삼성그룹에서 16억2000여 만 원을, 한국관광공사 자회사 GKL에서 2억 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 씨를 차관 취임 직후인 2013년 12월 처음 만났으며 그가 ‘박근혜정부에선 체육계 육성이 중요한데 체육계에 비리가 만연하니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GKL의 펜싱팀 창단에 대해서도 최 씨의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앞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최 씨는 “김 전 차관과 만났을 때 ‘체육계 비리’ 등 체육계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재판 과정에서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 개입된 것에 대해 “최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서 쉽게 거절하기 힘들었다”며 “이들에게 이용당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책임의 상당 부분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떠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측 증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이규혁 전 영재센터 전무이사로부터 영재센터의 사업 관련 문건을 전달받고,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을 만나 “BH 관심사다, 이규혁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라”고 요구했다. 국정농단에 개입된 것에 대해 김 전 차관은 지난 13일 최 씨와 안종범 전 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 씨와 연루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드리고 싶고 침통한 심정”이라며 후회하기도 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