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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서 눈속임 마케팅
균일 제품 파는 프랜차이즈도
멤버십 할인 등 혜택 제공안해

화물차 운전사 최모(58) 씨는 직업 특성상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같은 음식인데 휴게소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순두부찌개만 봐도 가격이 1000원 이상 차이 나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커피나 간단한 주전부리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최근 전국 각지의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특화된 메뉴를 내세워 손님 끌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휴게소 이용객들의 특성을 악용한 일부 휴게소의 ‘눈속임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동일한 음식과 공산품 가격이 휴게소마다 천차만별이었고, 균일한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업체조차 휴게소 입점 점포 이용 고객과 일반 점포 고객을 차별하고 있었다.

23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따라 음식 가격은 최대 35%까지 차이가 났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칠곡휴게소에서는 수제 돈가스가 7500원인 반면, 부산 방향 옥천휴게소에서는 1만 원까지 받고 있다. 갈비탕의 경우 서울 방향 죽전휴게소에서는 8000원인데 부산 방향의 칠곡휴게소는 1만2000원을 받고 있었다.

휴게소들은 “어떤 식재료를 쓰고 반찬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음식 가격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을 대하는 운전자들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용객 강모(33) 씨는 “인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특별 메뉴를 내놓는 휴게소들이 많지만, 막상 주문해 보면 이름만 번듯한 경우가 다반사”라고 혹평했다.

들쭉날쭉한 공산품 가격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음료 가격의 차이가 특히 컸는데 롯데칠성 ‘핫식스’는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용인휴게소에서 1000원에 팔리고 있었지만, 덕평휴게소에서는 100원 비싼 1100원에 판매됐다. 에너지 음료 ‘몬스터’ 역시 덕평휴게소(2000원)가 용인휴게소(1800원)보다 200원 비쌌다. 자동차용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동고속도로 소재 휴게소에서 2만5000원이던 차량 와이퍼가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에 들어서니 3만 원으로 둔갑했다.

모든 가맹점에서 동일한 제품 공급·판매체계를 갖춘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휴게소에 입점해 있는 카페베네, 할리스, 탐앤탐스, 던킨도너츠 등은 일반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멤버십 카드·통신사 카드 할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체 역시 특정 시간대에 가격을 할인해주는 혜택이 휴게소에서는 예외였다. 이들 업체는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 점포가 일반 점포와 유통 구조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가맹점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는 위탁사업자에 사업권을 주고, 위탁사업자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임대료를 받고 영업권을 주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어도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