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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대통령 선거공약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1.0%를 찍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인세 인하와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금리 인상은 그 결과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10년에 1년은 쉬자’는 ‘전 국민 안식제’를 다음 정부에서 범국가적 의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로 시대에 쉼표가 있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연 근로시간은 2100시간 이상이다. 하지만 장기간 근로에는 ‘초과근로’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일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 생산물이 나오므로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관리·사무·연구 근로자들은 근로 강도를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고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므로 ‘초과근로’의 의미는 반감된다. 그럼에도 초과근로시간을 계산해 50% 할증된 급여가 지급됐다. 업무 속도를 조절해 ‘부당하게’ 초과근로급여를 받는 도덕적 해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은 초과근로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일부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 ‘면제근로자’로 분류된다. 연봉 4만7476달러(주급 913달러) 이상의 경영·전문·관리직 직무수행자, 연봉 13만44004 달러 이상의 비(非)육체 근로자는 초과근로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도 미국 시스템을 받아들여 초과근로를 일정 부문 인정하지 않으면 평균 근로시간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안식년 제도가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재충전을 위한 안식년제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국가가 개입해 ‘모든 직종에 안식년을 강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국민안식년 제도는 현실과 유리돼 있다. 우선, 600만 자영업자, 630만 비정규직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한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5.6년에 불과하고, 10년 이상 장기근속 근로자 비율은 20% 미만이다. 근로시간 단축, 휴가 확대, 직무 연수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정책 접근이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정부의 국민행복기금 채권 중 회수가 어려운 11조6000억 원을 비롯한 부실 채권 22조6000억 원의 채무를 전면 면제해 203만 명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가계부채 해법’을 내놨다. 또,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는 신용불량자 150만 명에 대한 경제적 사면·복권, 한계가구 악성 부채 탕감을 공약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탕감 특별법’을 제정해 한계가구의 악성 부채를 탕감하겠다는 구상도 발표했다.

대선 주자들은 대통령 선거를 축제로 착각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찾지 못해 ‘군식구’로 전락한 청년을 생각하면 지금 부족한 것은 휴식이 아니라 일자리다. 채무 탕감을 통해 한계가구의 부채를 일시적으로 줄여줄 수는 있지만, 안정된 소득이 없으면 빚은 다시 늘게 된다. 부채 탕감은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 가계부채를 해결할 가장 근본 처방은 소득을 창출하는 일자리 제공이다. 인기 영합은 ‘사회적 마약’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