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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관광산업은 필수적으로 ‘리스크’를 동반한다. 테러 발생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고,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보건 분야의 돌발 변수도 있다. 상대국의 경제 사정이나 환율 변동에 의해서도 그래프는 춤을 춘다. 과거사를 놓고 벌였던 일본과의 갈등으로 촉발된 감정 악화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을 둘러싼 중국의 보복 조치도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관광산업의 성패는 이런 ‘리스크 상황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다. 관광 분야에서 크고 작은 리스크는 늘 있어 왔던 것이란 얘기다.

정부와 업계가 중국발 ‘사드 후폭풍’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관광 관련 사업 및 홍보마케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중동 국가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일본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큰손’ 소비를 당장 대체할 묘안은 없어 보인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단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 관광객 격감은 소득감소를 넘어 관련 산업 분야의 실업문제 등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령’에 따른 발등의 불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직격탄을 맞은 관련 업계에 대한 재정지원 등 정부의 단기적 조치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관광산업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가이다. 중국, 일본과의 잇단 갈등으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리스크 분산의 해답은 ‘내국인의 국내 관광 활성화’에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내국인들의 국내 관광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지출액 기준 내국인들의 국내 관광 비중은 2014년 기준 일본이 95% 선에 달했고 미국 88%, 프랑스도 70%다. 반면 우리는 60%에 불과하다. 지난 2015년 내국인들의 국내 이동 총량은 4억681만9000일로, 7년 전인 2008년의 4억7737만2000일보다 오히려 줄었다.

우리 관광시장이 외부 충격에 극히 취약한 건 이처럼 내국인들의 국내 관광 비중이 낮은 데 기인한다. 정부는 3년 전 2017년 국내관광 소비지출 규모 목표를 30조 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목표는 이보다 2조 원이 적은 28조 원으로 줄었고 이마저도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단순계산으로 올해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감소 인원은 240만 명. 이들이 1인당 평균 150만 원을 쓴다고 계산하면 직접 피해액은 3조6000억 원 정도다. 올해 목표인 국내관광 소비지출 규모 30조 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감소하는 비용의 절반 이상을 메울 수 있었던 셈이다.

관광산업에서 리스크는 늘 있는 것이고, 리스크를 극복하고 분산하는 과정에서 산업은 성장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제 내국인 국내관광을 확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 투입이 당장 어렵다면 휴가제도 개선이나 각급 학교의 단기 방학 분산 등의 방안이라도 좋다. 국내여행 활성화로 서울과 제주에만, 그리고 면세점과 호텔에만 집중되던 관광산업 발전의 혜택을 고르게 분배할 수 있게 된다는 건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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