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KEB하나은행 ‘골드클럽’에서 직원이 고객들에게 투자 전략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③ PB서비스 어떻게 하고있나 <끝>

■ KEB하나은행
자산 5억이상 골드클럽 고객엔
전시·공연·요리 문화서비스도

■ 신한은행
자산1억이상 준·고자산가 대상
은행·증권 복합금융서비스 제공

■ 우리은행
月 수신잔액 1억 → 5000만원
PB 자산관리서비스 대상 확대

“여러분이 맡겨주신 소중한 자산, 높은 수익률로 그러나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곳. 바로 은행입니다. 현재 채권투자는 단기형 채권형 펀드가 아니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달러 투자는 애매한 상황이지요. 금 투자는 달러와 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PB(Private Banker)에게 상담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지난 15일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KEB하나은행 ‘골드클럽’. 골드클럽은 5억 원 이상 금융 자산 고객을 상대로 하는 KEB하나은행의 자산관리 센터다. 이날 ‘아세안의 성장성과 잠재력에 투자하라’ 특강을 듣기 위해 이곳을 찾은 15명 정도의 고객들은 조윤식 PB의 ‘투자 전략 포인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약 330㎡(100평)가 넘는 이 공간에는 도예가 이종능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이 전시돼 있었으며, 한쪽에는 원목 테이블과 방석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좌식 다과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냉장고, 오븐, 와인셀러 등을 갖춘 주방과 함께 90인치 크기의 대형 TV와 고급 스피커, 수십여 장의 영화 DVD가 비치된 ‘미니 극장’도 마련돼 있었다. 강길원 지점장은 “고객들에게 감동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여행, 예술, 요리, 투자 전략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는 물론 오케스트라 공연, 전시회 등도 열고 있다”며 “골드클럽은 고객들에게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것이 제1순위 목표지만, 문화생활 공간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 고급화’ 전략인 셈이다. KEB하나은행뿐만 아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자산관리 고객을 세분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고객 금융자산을 △5억 원 이상 △1억 원 이상 △3000만 원 이상 등으로 나눠 골드클럽, ‘VIP 클럽’ ‘VIP 멤버스’ 등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상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고객을 세분화해 준자산가(1억∼3억 원) 고객에게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고자산가(3억∼50억 원) 고객에게는 그룹 통합 솔루션인 ‘PWM 서비스’를, 초고자산가(50억 원 이상) 고객에게는 ‘PWM Privileg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고자산가 고객에 한정해 제공하던 은행·증권의 복합금융서비스를 1억 원 이상 준자산가 고객에게도 확대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강점인 부동산 투자 자문 분야를 키우기 위해, 서울 강남과 강북에 각각 1곳의 부동산 투자자문센터를 개설하고 부동산종합자문서비스에 나선다. 부동산 전문가 및 세무사가 부동산 매입과 매각 자문, 보유관리 자문, 개발 분양 자문 등 각종 부동산 투자 자문서비스와 세금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소공로 본점 가장 높은 층인 23층에 ‘패밀리 비즈니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의 고객들이 주로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그동안 월 수신잔액 1억 원 이상 고객에게 제공해온 PB 자산관리서비스를 5000만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고급화 전략과 ‘대중화 전략’을 함께해 고객층을 두껍게 만들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산관리 시장을 키우려면 그동안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이뤄졌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며 “자산 규모에 따라,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관리 목적이 다른 만큼 고객을 세분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이제 고객의 ‘손안’으로 공간을 넓히고 있다. 누구든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를 통해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으로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해외에선 이미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상당한 규모로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 규모는 2009년 40억 달러에서 2015년 510억 달러로 연평균 53% 성장률을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일단 국내에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엠폴리오’를 선보였다. 지난 1월 기준 가입자 1만6000명, 관리자산 51억9000만 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3월 업계 자체 개발한 ‘사이버 PB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고객이 직접 지점을 찾아야 해, 올 상반기 중 한계점을 보완해 새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안성학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자산관리는 일대일 맞춤형 관리가 핵심”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는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어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 금융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