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렉스 틸러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틸러슨 韓·中·日 순방이후 전망

군사적 대응강화 방향으로 윤곽
韓·日 핵무장에 여지 남기기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新)대북정책이 북한의 핵 개발 수위에 따라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윤곽이 잡혔다. 미국의 외교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첫 아시아 순방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알리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새판이 짜이고 있다는 의미로 북·미 간 전면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북·중 관계는 협력 강화로 흘러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따라 한·미 간에 엇박자가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美 대북정책 전략적 인내→군사적 대응 선회 = 18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북한에 영향력 있는 중국”을 강조한 틸러슨 장관과 “한반도 문제는 근본적으로 북·미 간의 문제”라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시각차가 그대로 노출됐다. 미국은 현재 북한 핵문제는 중국의 동참을 통한 대북 제재와 별개로 자체적인 국방력에 기초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17일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된다고 하는 그 수준까지 (북한이) 간다면 그 옵션(군사적 행동)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무인 공격기 그레이 이글의 2020년 영구배치를 위해 격납고를 건설 중이며 최신형 구축함 줌월트 제주기지 기항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한·일선 고강도 발언 중국선 속도 조절 = 틸러슨 장관은 중국에서 북핵문제 방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움직임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 한국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은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18일 중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중국이 반대하는 한·일 핵무장 옵션에 여지를 남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에 무역 불균형과 남중국해 문제 등 여러 현안이 있는 만큼 한반도 문제로 분위기를 흐리고 싶지 않다는 속내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이 중국을 겨냥해 ‘작심 경고’를 피한 것은 이번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내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 앞선 탐색전 성격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불확실한 한·미 공조체제 미래 = 서울과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5월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한국 정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야권 유력주자들의 경우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사드 배치도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강화 방침과는 거리가 있다. 틸러슨 장관이 18일 미국 인터넷언론 ‘인디펜던트저널리뷰(IJR)’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미래 상황 인식이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는 관측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