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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딜레마
작년 가계 DSR‘26.6%’기록
원금 분할 상환 원칙화에 부담
취약계층 질 낮은 대출로 옮겨

‘갚을 능력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난해 2월 은행권을 시작해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고 있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딜레마에 빠졌다. 대출 심사 강화로 가계 빚이 금융권 리스크(위험)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췄지만, 가계가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를 줄이는 ‘소비 위축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가계의 대출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DSR)’은 지난해 26.6%를 기록했다. 전년(24.0%)에 비해 2.6%포인트, 2012년(17.2%)에 비해 9.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4년 전에는 100만 원을 벌어 17만2000원을 빚 갚는데 썼다면 지난해에는 26만6000원을 썼다는 의미다.

DSR 상승은 곧 소비 여력 약화를 불러온다. 여기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강화로 가계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 가계는 지갑을 열기가 더 어려워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현재 1344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올해 소비 성장률을 0.63%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취약계층의 지갑이 가장 많이 얇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가계부채 리스크가 변하고 있다’보고서에 따르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이후 가계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증가액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소득이 적거나 고령·청년층이거나 취업 상태가 불안정한 계층이 더 큰 부담을 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의 경우 대출원금이 2500만 원(금리 4%, 10년 균등상환으로 전환 시 가정)인 경우에도 원리금 상환액이 가구 소득의 22.9%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분위(8.5%)의 3배가량, 5분위(1.8%)의 18배가량 높은 수치다. 대출원금을 1억 원으로 가정할 경우 91.6%까지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소비가 불가능한 상태나 다름 없다. 원리금 분할 상환 부담이 없는 제2금융권으로, 신용대출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의 원인이기도 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금 분할 상환이 원칙화되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취약계층이 질이 낮은 대출로 옮겨가고 있다”며 “내수소비 활성화가 관건인 올해 우리 경제 흐름에 상당한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이 9조 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