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영재센터 주도 아닌 도움줬다”
檢압박에 “재판부 판단할 일”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가 17일 본인과 장시호(38)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본인의 혐의를 부인했으며 삼성그룹으로부터의 지원과 관련한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다. 또 두 사람은 지난 10일 공판에 이어 ‘네탓 공방’ 2회전을 벌이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최 씨와 장 씨,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직권남용 등의 혐의에 대한 8회 공판에서 증인 자격으로 출석한 최 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어 후원금 명목으로 삼성그룹에서 총 16억2800만 원을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 측은 “증인(최순실)이 단체 이름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로 지어주면서 정관 등 필요한 서류 작업을 하라고 했고 (장시호 씨 지인이자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김동성 씨에게는 메달리스트 중심으로 인사를 세우라고 했다”는 장 씨의 진술 조서를 근거로 물었지만 최 씨는 “영재센터 설립을 주도한 것이 아니라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장 씨와 김 씨, 김 전 차관이 모두 ‘최 씨 주도로 영재센터가 설립됐다’는 진술을 했다”고 재차 몰아세운 후에야 최 씨는 “그것은 검사님과 재판부서 판단할 일”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증인신문에 앞서 최 씨는 “(증인으로서) 증언거부 권한이 있으면 일부분 (거부)하고 싶다. 외부인 접견이나 직원들이나 가족들을 만날 수 없어 갖고 있는 자료도 없다”고 말했고 재판부는 “형사 책임과 관련된 부분이 있으면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이후 증인진술에서 “삼성그룹의 후원과 관련해 일체의 진술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김 전 차관이 삼성이 후원할 거 같다고 말한 것이 사실인가’라고 묻자 “검찰에서는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고 김종도 자꾸 그러는데, 증언을 거부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최 씨의 진술 거부가 이어지자 재판부는 “삼성그룹과 관련해 증인이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니 더 물어보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다”고 말했고 검찰 측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장 씨는 영재센터 오너는 최 씨가 맞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