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봄을 향한 몸짓 봄은 우리 사이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이미 노란 개나리를 그리워하며 페어웨이를 누비고 있누나.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얼마 전 골프와 관계된 몇몇 분들이 모여 차 한잔을 같이했다. 요즘 골프장이 너무도 어렵다며 각자 생존을 위한 자구책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새로운 변화를 통해 지난해보다는 나은 실적을 내야 한다며 각기 동상이몽의 바람을 내비쳤다.

그런 가운데 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분이 골프장에 들렀다가 봉변 아닌 봉변, 그것도 문전박대를 당했다며 울먹거렸다. 이유인 즉, 사전 예약 없이 골프장 사무실을 방문했으니 돌아가라고 해 쫓기듯이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아직도 이런 골프장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소위 황금알을 낳는다던 20년 전 골프장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듯했다. 이런 골프장들 때문에 골프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으리라…. 함께 자리한 골프장 대표들께 이건 직원의 잘못이 아니라 CEO의 잘못이 더 크다고 말했다. 모두 암묵적으로 옳다는 표정이었다.

어릴 적 밥을 먹을 즈음이면 꼭 찾아오는 거지가 있었다. 어머니는 늘 우리 가족보다 먼저 거지에게 밥과 반찬을 퍼주었다. 어머니에게 왜 자식보다 거지가 우선이냐 따졌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저들은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이다. 우린 언제든지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저들은 때를 놓치면 굶어야 한다”면서 밥을 챙겨 주곤 하셨다.

아무리 골프장 내장객이 아닌 영업을 목적으로 왔다고 하더라도, 2시간 이상 달려온 사람에게 취할 태도는 아니다. 오늘은 영업이 목적일지 모르지만 내일은 내장 고객으로 올 수 있다. 그 골프장의 오너께서 업계를 대표하는 감투를 쓴 분이기에 더욱 놀라웠다. 지나가는 객도 물 한 모금을 원하면 우물에서 직접 길어, 나뭇잎 띄워 정성스럽게 주던 것이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다. 언제부터인가 정은 사라지고 물질이 최우선인 시대로 변모했다.

그날 동석했던 한 골프장 대표가 SNS에 글을 보내왔다. A 스님이 노래한 멍텅구리라는 노래였다.

‘올 때는 빈손/ 갈 때는 무엇을 가져갈까/ 공연한 탐욕을 부리네/ 그것도 저것도 멍텅구리/ 세상에 학자들/ 동서에 모든 걸 안다 하네/ 자기가 자기를 모르네/ 멍텅구리 멍텅구리’.

지금 세상은 너무 영악한 것만 원하고 있다. 따져 보면 영악함은 순수함을 이길 수 없다. 조금은 빈틈이 있어 보이고, 바보 같아 보여도 많은 사람은 이런 인간미가 있어 보이는 쪽을 더 좋아한다.

이 멍텅구리 노래처럼 우리 골프장들이 올해 세워야 할 목표는 돈이 아니다. 손님을 얼마나 순수하게 맞을 것인지에 대한 따듯함일 것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