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檢에 간 SK 前·現 수뇌부 김창근(왼쪽 사진)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영태(가운데〃) 전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가 16일 오전 차례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기업 간 뇌물수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을 소환했다. 뉴시스·김호웅 기자 diverkim@

핵심고리 安 통해 퍼즐 맞추고
SK 김영태·이형희 등 불러내
최태원 회장 특사 대가성 추궁
朴대면조사前 그물망짜기 전략
한차례 조사로 혐의 입증 주력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앞둔 검찰이 16일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그룹 전·현직 최고위 임원 3명을 전격적으로 소환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이날 소환 통보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두고 ‘동시다발적 수사’에 돌입한 모양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관계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공모자’이자 ‘피해자’인 동시에, ‘증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갈래의 수사가 동시에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단 한번의 강도 높은 조사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1기 특별수사본부 수사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거쳐 다시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만큼 특검의 프레임과 맞춰 가면서 사건을 재구성한 뒤 촘촘한 그물망으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뇌물 수사 돌입 =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김 전 의장과 김영태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를 소환,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을 둘러싼 SK 측과 박 전 대통령 간 ‘거래’ 의혹, 대가성 입증 등 뇌물 혐의를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최 회장이 수감 중일 때 그룹을 이끌었던 김 전 의장은 2015년 7월 최 회장을 대신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 그 뒤 최 회장이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특별사면을 받은 뒤 안 전 수석에게 “하늘 같은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영태 전 위원장은 사면이 이뤄지기 전 수감 중인 최 회장을 찾아가 사면과 관련한 언급을 최 회장에게 미리 귀띔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이 확보한 녹취록에서 김 전 위원장은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왕 회장’은 박 전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그 대가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날 소환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조사 전에 정부 관계자 조사와 함께 기업 수사도 신속히 진행해 뇌물공여 의혹의 핵심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면세점 승인 요건을 완화하는 조건으로 SK·롯데그룹으로부터 거액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에도 착수했다. 검찰은 관세청 관계자 2명을 소환 조사했다.

◇SK 측은 부인 = SK 측은 “당시 광복절 특사는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었고, 최 회장은 이미 재계 총수로는 최장인 2년 7월을 복역 중이어서 석방에 대한 여론이 높았다”며 “재단 출연금은 기존 준조세와 마찬가지로 재계 순위에 맞춰 분담 비율대로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창근 전 의장의 문자메시지는 사면이 공식 발표된 이후 통상적 감사의 의미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도 이날 오전 9시 45분쯤 서울중앙청사에 도착해 박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 사면을 청탁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랬겠느냐”며 의혹을 부인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안종범 등 ‘키 맨’ 재조사 시작 =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공모자’ 또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정부의 고위 관료들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을 상대로 대기업들이 재단에 출연하는 과정과 대가성 여부 등도 집중 조사했다.

특히 안 전 수석 재조사는 특검 수사 과정에서 새로 나온 ‘또 다른’ 업무수첩 등의 내용을 확인하고 특검이 제기한 박 전 대통령의 다섯 가지 새로운 혐의에 대한 진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필요할 경우 안 전 수석과 대기업 관계자들의 대질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안 전 수석뿐 아니라 이미 신병을 확보한 정부와 청와대 전직 관계자들도 잇따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 이전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이들에 대한 재조사도 예상된다.

이후연·민병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