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열 부추긴 ‘不服심리’

한나라, 대선 사흘뒤 무효주장
盧 취임 뒤에도 불인정→탄핵

5년뒤엔 진보진영이 MB반대
광우병 시위→퇴진운동 변질

지난 10여 년의 한국 정치사만 돌아봐도 불복 심리는 2004년 대통령 탄핵소추, 2008년 광우병 파동 등 정치 참사를 초래했다. 통합과 화합이 이뤄져야 할 광장은 번번이 갈등과 분열의 장(場)으로 전락했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사실상 2002년 대선 결과에 대한 보수진영의 불복 심리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대선 사흘 만인 2002년 12월 22일 “전자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당선 무효를 주장했다.

24일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다음 달 16일에는 “중앙선관위가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와 노사모의 불법선거 운동, 선거 당일 인터넷을 통한 선거 독려 등을 방치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며 선거무효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취임 후에도 끊임없이 불복 심리를 드러냈다. 2003년 6월 박진 전 의원은 “(고건) 총리로서 대통령에게 탄핵소추 불명예를 안는 것보다 용단을 내려 하야할 것을 건의할 용의가 없느냐”고 했고, 같은 해 7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선을 치른 지 불과 7개월 만의 일이다.

2004년 3월에는 급기야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선거법 위반 등 국법 문란 △측근 비리 등 부정부패 △경제와 국정 파탄이라는 3가지 이유를 들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그해 5월 14일 헌법재판소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했지만 대통령직에서 파면될 만큼 중대한 사유가 없다는 것이 당시 헌재의 기각 결정 이유였다.

반대로 17대 대선 6개월 만인 2008년 5월 시작된 광우병 촛불집회 저변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진보 진영의 불복 심리가 깔려 있었다.

당시 촛불집회는 이명박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내용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모임에서 출발했지만, 100일 이상 집회가 계속되면서 정권 퇴진 운동으로 변질됐다. 이 전 대통령 당선에 승복하지 못한 일부 진보단체들은 성난 촛불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2MB탄핵투쟁연대’는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된 날인 2007년 12월 19일 인터넷카페를 개설한 후 이듬해 5월 광우병 사태가 불거지자 ‘이명박 퇴진’ ‘이명박 OUT’ 등 정치적 구호를 쏟아냈다.

이 카페를 만든 백은종 대표는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에 반발해 국회의사당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장본인이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