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가지 사유엔 소추 불가

“대통령, 직접 구조 의무 없어”

“문체부 직원 부당해임 불분명”
“언론자유침해 인정증거 없어”

헌법재판소 전원합의부 결정에 따라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 중 △‘블랙리스트’에 의한 공무원 임면권 남용 △언론 자유 침해 △세월호 참사 당시 생명권 보호 의무 등은 인정되지 않았다.

10일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공무원의 임면권을 남용해 직업공무원제를 침해했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무원 좌천 인사와 관련한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최순실 씨의 사익 추구를 위한 공무원 임면이 이뤄졌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재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체부 제1차관에게 지시해 1급 6명 사직서를 제출받아 그중 3명이 수리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했을 때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되기에 문체부 공무원들을 좌천·해임시켰다고 하기에 부족하고, 김 전 실장이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의 사직서를 받도록 한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언론의 자유 침해 부분도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2014년 11월 최순실(61) 씨의 전남 편정윤회(62) 씨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한 세계일보의 보도가 나온 이후 해당 언론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대표이사 해임 등이 청와대의 ‘탄압’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재는 “세계일보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박 대통령이 이런 보도에 대해서 ‘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은 국기 문란이고 검찰이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 모든 증거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누가 압력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관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했다’는 주장이 탄핵 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는 박 대통령 측의 주장처럼 세월호 참사 대응에 대해 “‘정치적 책임’ 외에 ‘법률적 책임’은 묻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분석된다. 헌재는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 의무를 이행하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할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보충 의견으로서 김이수 재판관과 이진성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므로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이후연·손기은·김리안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