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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고려대 교수 북한학

한·미 군당국이 지난 6일 사드 발사대 2기 등 일부 장비를 한국에 들여왔다. 사드 체계는 1∼2개월 이내에 한반도에 모두 전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된 절박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최소한의 응급조치에 불과하다. 그래서 조속한 배치로 우리의 실질적 자위력을 강화하는 조치는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국가의 책무이다. 특히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몽니를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한목소리는 중국의 사드 보복 횡포를 극복하는 필수 요소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 인사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사드가 안보와 외교를 망치는 요소’라는 국론 분열적 언행은 사드 배치의 절박성과 필요성을 외면한 처사일 뿐만 아니라, 안보를 무력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특히 사드 배치가 중국 최고지도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우려가 있어 배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언급에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국의 자위권 차원에서 결정된 조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억지는 경제 보복 카드를 활용해 한국 내 여론을 분열시키고 사드 반대 목소리를 키워 사드 배치 자체를 철회시키려는 저의 때문이다. 이런 중국의 저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우리의 단합된 목소리가 절실하다. 단합된 목소리는 사드 횡포의 칼날을 무디게 하는 동력이다.

중국은 탐지거리 5500㎞의 신형 위상배열레이더 등 각종 레이더망과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한반도 전역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을 위협할 감시체계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억지 논리이다. 또한 러시아가 중국을 겨냥해 배치한 방공 레이더망에 대해서는 모른 체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이중적 태도와 잣대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서라도 일치된 목소리가 필요하며, 이는 한국의 사드 배치의 정당화 논리로 기능한다.

한국의 일부 정치인은 ‘평화와 대화, 협력’이라는 미사여구의 덫에 갇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의 실체를 애써 외면해 왔다. 즉 1차 핵위기 직후 ‘북한은 핵을 만들 능력과 의지도 없다’는 김일성의 선전선동을 진실인 것처럼 유포했고, 1차 핵실험 이후 ‘핵은 자위적 수단’이라고 오히려 북핵을 옹호했다. 그리고 5차 핵실험 뒤에는 ‘북핵은 대미 협상용’으로 호도하면서 북핵 위협의 실체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이런 의도적 외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한국을 정조준해서 진화했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의도적 외면으로 북핵 위협에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허송세월만 한 것도 숨길 수 없는 안보의 자화상이다.

북한이 주민들을 기아선상에 방치해 놓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린 이유는 핵을 앞세워 한국을 흡수통일 하는 지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온갖 제재에도 불구하고 5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고 각종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기 위해 수시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면서 성능을 개량하고 있다. 이런 절박한 안보 상황을 무시하고 안보 무력화를 부추기는 언행은 북한을 이롭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실제적 위협이다. 안보를 당리당략의 도구로 악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북핵 위협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것이 북핵 위협도, 중국 횡포도 극복할 수 있는 통로이다.